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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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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서 즐기는 (2017.9.12.)

― 수원 〈노르웨이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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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기에 땡볕을 긋고 싶지 않습니다. 한겨울이기에 칼바람을 비끼고 싶지 않습니다. 두 팔을 벌려 맞아들입니다. ‘아, 너 땡볕이네? 그래, 너 칼바람이야.’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남이 저를 바라보는 눈치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누가 저를 어떻게 보든 그 사람 생각입니다. 추키는 말도 깎는 말도 제 삶길을 말해 주지 못해요. 책을 읽다가, 책집마실을 다니다가, 때때로 이 대목을 돌아봅니다. ‘아니, 난 언제부터 이렇게 맞아들였을까?’


어릴 적에는 혀짤배기라서 할 말을 못 했습니다. 푸름이일 적에는 입시지옥에 짓눌리느라 가로막혔습니다. 대학교에서는 나이랑 학번으로 두들겨패는 짓이 메스꺼워 그만뒀습니다. 군대에서는 의문사로 보낼 수 있다는 말에 끽소리를 못했어요. 사회로 돌아와 출판사 일꾼이 된 뒤에는 문단·화단 어르신을 깍듯이 모시로 술대접을 하라는 사장님 말씀에 껌뻑 죽어야 했는데, 2001년 1월 1일부터 우리말사전을 새로 쓰는 편집장 일을 하면서 ‘아닌 자리는 아니라’고 말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소설을 쓰면 그렇게 재미있다고 끝없이 수다를 터뜨리는 〈노르웨이의 숲〉 지기님이 수원으로 오라고 부릅니다. ‘사전이라는 책을 읽으며 말로 삶을 사랑하는 길’을 이야깃감으로 삼아 수다판을 벌이자고 말씀합니다.


책집지기님이 소설을 쓰시니 누구보다 ‘말’을 깊고 넓게 헤아리셨을까요. 모든 말은 그냥 터져나오지 않습니다. 이 말을 터뜨리는 사람이 두고두고 살아낸 나날이 고스란히 말 한 마디로 불거집니다. 잘난 말이나 못난 말이 없습니다. 잘난 삶도 못난 삶도 없거든요. 그저 다 다르게 치르며 맞아들이는 삶일 뿐입니다.


이오덕 어른은 “우리글 바로쓰기”를 외치셨지만, 저는 “우리말 살려쓰기”로 가야 즐거울 만하다고 여겼습니다. 저는 이제 “숲이며 마을이며 별에서 새롭게 우리말을 사랑하면서 즐기자”라는 이름으로 가다듬어서 이야기합니다. 제 책을 사서 읽어 준 수원 이웃님이 제 책을 내밀며 제 이름을 남겨 달라고 하시기에 “우리는 배우려고 태어나요. 그리고, 배운 것을 가르치려고, 살아가요.” 하고 넉줄글을 보탭니다. 수원 이웃님이 모인 자리에서 거듭거듭 들려준 이야기란 “어렵게 여기면 어렵고, 즐겁게 여기면 즐겁고, 쉽게 여기면 쉽고, 사랑스레 여기면 사랑스러운

글쓰기·그림그리기·사진찍기”입니다. 생각하는 말로 삶을 짓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도서관이나 책집을 따로 하나씩 꾸린다면 꽤 재미있겠네 싶습니다. 우리가 꾸릴 도서관이나 책집은 커야 하지 않고, 책이 많아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눈빛을 밝혀서 갈무리한 책으로 이야기를 꽃피우는 자리이면 되어요. 나라 곳곳에 마을책집이며 마을책숲(마을도서관)이 십만 곳이나 백만 곳쯤 있다면 참 재미나겠지 싶습니다. 서로서로 나들이를 다니고, 서로서로 다 다른 눈빛으로 가꾼 다 다른 책살림을 만나면서 서로서로 배우고 알려주는 마을길이 된다면 이 나라가 어느 만큼 살 만한 터전으로 거듭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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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돌려줘!》(박준형 글·이지 그림, 딜라이트리, 2017)

《언니네 마당》(언니네 마당) 4호(2015.봄)

《언니네 마당》(언니네 마당) 5호(2015.여름)

《언니네 마당》(언니네 마당) 6호(2015.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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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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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없는 '노르웨이의숲'. 지기님이 부디 어디에서든 즐겁게 노래하며 별바라기 누리시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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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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