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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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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한테서 배운 마음읽기 (2014.3.6.)

― 서울 〈숨어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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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어떻게 옛 보금자리로 돌아올까 궁금하곤 합니다. 제비한테 물어보면 째째째 노래합입니다. 째째째 노래를 듣다가 쳇쳇쳇 하고 대꾸를 하니 제비는 다시 째째째 노래하네요. 문득 다시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제비는 사람말을 못 하고, 사람은 제비말을 못 한다’고 여길 만한데, 입으로만 읊는대서 제비가 알아들을는지 몰라도, 저는 제비가 입으로 읊는 소리를 말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끝까지 서로 이야기가 안 되겠네 싶어요.


이제 눈을 감습니다. 입은 닫습니다. 제비한테 마음으로 묻습니다. “넌 어떻게 여기로 돌아올 수 있니?” “어라? 너도 이제 마음으로 말을 할 줄 아네? 진작 좀 그러지 그랬니? 우리는 언제나 마음 가득 오직 이 하나를 생각하면서 살았어. 서로서로 다음에 날아갈 곳을 그리며 날마다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며칠쯤 아무것도 안 먹고 안 마시고 날아서 여기 오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아. 우리한테는 이곳이 아주 크게 보이거든.” “아, 그래, 그렇게 날아다니며 하늘을 가로질렀구나.”


제비는 어떤 냄새를 맡으면서 살까요? 우리는 어떤 냄새를 받아들이면서 사는가요? 태평양을 가로지르면서 온몸에 담는 냄새는 무엇일까요? 제비가 그동안 살던 고장은 어떤 내음이 가득했을까요? 봄이 된 이곳에 찾아온 제비는 이곳에서 농약바람을 쐬는가요, 아니면 푸근한 숲내음을 누리는가요?


헌책집 〈숨어있는 책〉에 깃들어 묵은 시집이며 묵은 책을 잔뜩 장만합니다. 이렇게 묵은 책을 장만해서 읽는 저를 만나는 이웃님은 “하, 최 작가, 최 작가는 왜 이렇게 고리타분한 책을 보시나? 젊은 사람이 고리타분한 책을 보면 정신도 고리타분해지지 않나?” 하고 얘기합니다. 빙긋 웃습니다. “새로 나온 책을 읽으면 모두 새마음에 새빛에 새사랑에 새몸이 되는가요? 글쎄요, 돈을 치러 살 적에는 헌책이나 새책으로 가르겠지만, 두 손에 쥘 적에는 오로지 책이에요. 무엇보다 종잇조각이란 껍데기가 아닌, 종잇조각에 얹은 마음을 읽자면 아무리 고리타분한 종이에 찍은 책이어도 늘 새롭게 빛나는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노래가 흐르던걸요.” “헌책에서는 곰팡내가 나잖아?” “폴리로 짠 옷에서는 화학약품 냄새가 고약한걸요? 저는 오직 마음에서 피어나는 숲내음을 만나려고 어떤 책이든 다 읽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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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일본 동요시선》(박병엽 옮김, 진영출판사, 1988)

《영선못의 봄》(최계복, 문사철, 2010)

《천 년의 바람》(박재삼, 민음사, 1975)

《사랑이여》(박재삼, 실천문학사, 1987)

《朝漢飜譯敎程》(張敏, 北京大學出版社, 1992)

《중국명승고적》(김광성, 연변인민출판사, 1994)

《중국조선족문화론》(김경일, 료녕민족출판사, 1994)

《ソウエト旅行記》(ジトド/小松淸 옮김, 岩波書店, 1937)

《幸福な王子》(ワイルド/西村孝次 옮김, 新潮社, 1968)

《금각사》(미시마 유끼오/계명원 옮김, 삼중당, 1975)

《인류의 여덟가지 죄악》(콘라드 로렌쓰/임석진 옮김, 분도출판사, 1974)

《몽실 언니》(권정생, 창비,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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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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