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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헌책집은 도서관 (2013.2.7.)

― 순천 〈형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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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빚어 엮은 책이 책집 가득 꽂히거나 도서관에 빼곡히 들어차는 일이란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지난날처럼 몇몇만 차지하며 읽던 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글을 깨치고 쓸 수 있습니다. 이제 누구라도 책읽기를 쉽게 할 만합니다. 비록 글을 어렵거나 딱딱하게 쓰는 인문책이나 문학책이 많더라도, 우리 곁에 갖은 책이 바다처럼 물결치는 살림이란 온누리를 새로 가꾸는 밑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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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더미 사이를 누빕니다. 책더미를 옆으로 옮기며 밑이랑 뒤에 묻힌 책을 돌아봅니다. 책에 쌓인 먼지나 더께를 털며 하나씩 헤아립니다. 이 책은 예전에 어떤 나무였을까요? 저 책은 예전에 어디에서 자라던 나무였을까요? 우리 손에서는 책이라는 모습이지만, 어떤 비구름을 만났고 어떤 햇살을 보았으며 어떤 별빛이랑 수다를 떨던 나무였을까요? 책이 되어 준 나무는 푸른마음일 테지요. 책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가 있던 숲이란 푸른사랑이겠지요. 책이라는 옷을 입은 나무가 우거지던 숲에서 사는 숱한 숨결 곁에 우리가 있으니 푸른별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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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형설서점〉에서 졸업사진책을 수북히 만납니다. 반공 외침말이 적힌 들머리 사진, ‘새마을관’이라는 곳, ‘유신관’이라는 곳, 6·25 기념 웅변대회, 남녀를 가른 배움칸, 일제강점기에 지은 듯한 배움터 사진, 수학여행을 간다며 순천나루에서 기차를 타는 사진이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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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치 졸업사진책에는 돛을 단 나룻배를 탄 할배가 손을 흔들고, 짧은머리 치마저고리 가시내가 냇물에서 손을 마주 흔드는 사진이 있습니다. 모심기를 거드는 아이들도 나와요. 1980년 졸업사진책에는 시골 들길을 ‘행군’ 하다가 냇가에서 쉬며 ‘외발씨름’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 졸업사진책이란 어마어마한 기록관 아닌가요? 이 졸업사진책을 품는 헌책집이란 놀라운 박물관이자 도서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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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일광서점’ 살피종이가 붙은 책을 보고, ‘서울 고속터미널역 지하’에 있었다는 〈한가람문고〉 책싸개가 남은 책을 보다가, ‘전남 순천 대중문화사’에서 팔려 어느 중학생이 읽던 《new princ readers 1》도 봅니다. 1936년에 찍은 책에 남은 순천 책집 자취라면, 그무렵에 있던 책집이란 뜻이었을까요. 모든 책은 발자국입니다. 모든 책은 삶자취입니다. 모든 책은 살림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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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여자고등학교 8회》 졸업사진책(1983)

《구례 농업고등학교 28회》 졸업사진책(1980)

《광양 서국민학교 61회》 졸업사진책(1974)

《순천 남국민학교 46회》 졸업사진책(1959)

《순천 남국민학교 62회》 졸업사진책(1975)

《순천 중앙국민학교 17회》 졸업사진책(1965)

《순천 삼산국민학교 3회》 졸업사진책(1987)

《순천 이수중학교 7회》 졸업사진책(1980)

《별량 동국민학교 1회》 졸업사진책(1975)

《순천 여자고등학교 45회》 졸업사진책(1985)

《코리언 스케치》(제임스 게일/장문평 옮김, 현암사, 1970)

《솔아! 푸르른 솔아》(예울림 엮음, 학민사, 1990)

《끝내 물러서지 않고》(박몽구, 전예원, 1988)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조수미, 제일미디어, 1994)

《聖·고은 엣세이》(고은, 인문서점, 1960)

《꼬마신관 타론》(피터 디킨슨/기애란 옮김, 중원문화, 1990)

《나무의 세계》(임경빈, 일지사, 1993)

《new princ readers 1》(三省堂, 1923 1벌/1936 8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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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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