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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1 스펙



  저는 쓰는 낱말도 많으나, 안 쓰는 낱말도 많습니다. 제가 안 쓰는 낱말 가운데 하나는 ‘스펙’입니다. 이 말씨는 일본을 거쳐 들어왔을 텐데, 영어로는 ‘qualification’이라 할 뿐이라지요. 한자말로 하자면 ‘자격’쯤 되리라 봅니다만, 우리말로 풀자면 ‘감’이나 ‘밑·바탕’이나 ‘밑틀·밑거리·밑솜씨’쯤이라고 할 만합니다. 나중에 어디에서 쓰려고 다지기에 ‘밑’이나 ‘감’인데요, 요새는 열린배움터(대학교)나 일터(회사)에 잘 들어가려는 뜻으로 차곡차곡 모은다고들 합니다. 가만 보면 딱한 노릇입니다. 스스로 새롭게 빛나면서 즐겁게 하루를 누리려고 차근차근 갈고닦는 길이기에 밑감이요 밑솜씨예요. 어디에 내다팔려고 쌓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라가 뒤숭숭할 뿐 아니라, 먹고살려는 싸움판이 되니, 말마저 일그러져 일본영어(재패니쉬)라는 ‘스펙’을 아무렇지 않게 끌어들여 아무 데나 쓰는 셈일 텐데, 참말로 우리말꽃을 뒤적이면 일본말·일본 한자말·일본영어가 수두룩해요. 사람들이 널리 쓴다면 ‘뜻풀이보다는 쓰임새를 제대로 알려주’려고 낱말책에 실을 수 있습니다만, 이때에는 “스펙 → 감, 밑, 밑감, 밑거리, 밑길, 밑바탕, 밑밥, 밑절미, 밑받침, 밑틀, 밑판, 밑솜씨”쯤으로 다루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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