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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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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2012년 올해책, 현각, 풀소유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느라 온갖 책을 다 읽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쓰레기책’으로 보이는 책은 차마 읽지 못한다. 우리말꽃은 왼켠도 오른켠도 아니요, 가난이나 가멸이를 가릴 까닭은 없지만, 겉치레나 겉발림으로 돈벌이·이름팔이·힘꾼에 치우친 이들이 허울좋게 내놓은 책까지 읽고 싶지는 않다. 그런 책이 아니어도 읽고픈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며, 우리말꽃에 이바지하도록 보기글이나 낱말을 얻을 책은 수두룩하다.


2020년 11월 15일, ‘그동안 잘나가던 혜민’이란 중을 놓고서 말이 불거지지 싶다. 첫단추는 ‘현각’ 스님이 꿰었지 싶다. 한동안 잊고 지낸 이름이 떠올랐다. 현각 스님이 써낸 《만행》이란 책이 있는데, 펴낸곳에서 너무 장삿속이 드러나게 사진을 찍고 꾸며서 하나도 안 내켰고, 안 쳐다보았다.


1999년 그때에 둘레에서 나더러 “아니 그 좋은 책을 자네는 왜 안 읽나?” 하고 묻기에 “펴낸곳(출판사) 돈셈이 너무 속보여서 거들떠보고 싶지 않아요. 그 책이 아니어도 아름책은 많으니 어르신은 그냥 그 책 보셔요.” 하고 심드렁히, 아니 좀 짜증을 내며 대꾸했다. 현각 스님 책을 왜 안 읽느냐고 묻는 데에서 안 그치고 “내가 사줄게, 사줄 테니 읽어 봐.” 하고 묻는 이웃님도 많았다. “펴낸곳을 조그마한 데로 옮기면 생각해 볼게요. 책낯에서 얼굴을 빼고, 아주 수수하고 작게 꾸미면 읽을게요. 이렇게 돈을 밝히는 펴낸곳에 조금도 제 손길을 보태고 싶지 않아요.” 하고 대꾸했다. 오래도록 이런 실랑이로 꽤 힘들었다.


이러다가 현각 스님 책은 판이 끊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이러고 잊었다. 2012년에 올해책으로 뽑히기도 한 ‘혜민 중’ 책을 놓고도 둘레에서 마치 치근덕거리듯 읽으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고, 책집마실을 하면 으레 보여서 거북했다. 척 보아도 장사꾼 냄새가 나지 않는가? 장사꾼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뒷주머니를 꿰차는 돈벌레 냄새가 나지 않는가? ‘벌레’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돈에 미친 사람들이 ‘벌레’란 이름이 얕보이도록 막짓을 일삼지 않는가?


저런 책을 사읽는 사람 마음을 알고 싶지 않을 뿐더러, 저런 책을 올해책으로 뽑는 누리책집(인터넷서점)이나 글꾼(기자·전문가·지식인·학자·문인)이 모두 쓰레기로 보였다. 그렇게 올해책으로 삼을 책이 없던가? 나는 현각 스님이 쓴 책을 1999년 어느 날 헌책집에서 서서 읽고 다시 꽂았다. 1999년 그무렵 현각 스님 책을 읽으며 ‘이분,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사랑하려고 할 듯하지만 마음이 크게 다쳐서 떠나겠는걸?’ 하고 느꼈다.


2020년 비로소 사람들한테 민낯이 드러난 혜민 중을 놓고는 ‘이놈, 아무래도 이제 돈벌이가 막힐 듯한데 슬슬 짐을 꾸려서 몇 해쯤 숨어살아야 하겠는걸?’ 하고 느낀다.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거나 힘을 누린대서 잘못이 될 턱이 없다. 돈·이름·힘으로 숲을 가꾸고 스스로 숲이 되면서, 헤매고 아픈 이웃을 숲으로 이끌어서 푸른숨결로 노래하고 춤추는 길을 함께 나아가면 된다.


혜민 중을 놓고서 ‘풀소유’를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분이 많은데, 부디 ‘full’이 아닌 ‘풀꽃나무’를 건사하기를 빈다. 잿빛덩어리 서울에서 떠나, 부탄이나 네팔 같은 깊디깊은 멧자락에 ‘숲절(산사)’을 지어서 조용히 참살길을 읊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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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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