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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그곳으로 가는 길 (2020.12.16.)

― 익산 〈7월의 서재〉



  익산에서 책집을 새로 연 젊은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는 몸으로 책집을 열었다고 해요. 고흥에서는 순천으로 가면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서 한참 달리며 바깥을 내다보는데 ‘기차는 전기를 먹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기차가 달리는 길에 햇볕판을 죽 달아 놓으면 좋겠더군요.


  요즈음 우리나라는 햇볕힘(태양에너지)을 얻겠다며 숲을 밀고 시골 논밭으로 파고들어요. 숲을 밀고 시골 삶터를 망가뜨리는 햇볕힘은 ‘새길(대안에너지)’이 아닌 ‘막길(생태계 파괴)’입니다. 빠른찻길이며 기찻길에, 또 잿빛집(아파트)이며 크고작은 집마다 지붕에 햇볕판을 달 노릇이에요. 새로 짓는 모든 집은 햇볕판을 지붕이며 바깥에 대도록 하고, 시골집을 손볼 적에는 나라에서 지붕에 햇볕판을 달아 주면 전기 걱정이 사라지고, 큰 발전소를 안 지어도 넉넉하겠지요.


  슬기로울 뿐 아니라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갈 길은, 우리 스스로 생각할 적에 하나둘 태어나지 싶어요. 우리 스스로 생각을 멈춘다면 슬기로움도 아름다움도 즐거움도 모두 멀어지지 싶습니다.


  목돈을 모아 놓아야만 책집을 차릴 만하지 않습니다. 아직 책을 잘 모르더라도 책집을 차릴 만합니다. 아는 글님이나 출판사가 없어도 얼마든지 책집을 꾸려서 마을이웃하고 오순도순 노래하는 책길을 갈 만합니다. 이제껏 태어난 숱한 책집처럼 해야 하지 않아요. 알뜰히 가꾸는 책집한테서도 배우고, 젊은 눈빛 나름대로 생각을 기울여 차근차근 보듬으면 되어요.


  오늘은 먼저 남부시장에 깃든 〈두번째집〉을 찾아갔고, 이곳부터 걸어서 〈7월의 서재〉로 갑니다. 걷는 길에 중앙초등학교 곁을 스치는데, 울타리 없는 배움터가 널널해 보입니다. 배움터에는 울타리가 없으면 좋겠더군요. 나무를 알맞게 심어서 푸르게 우거진 터전으로 돌보면 멋스럽네요.


  7월은 한여름입니다. 7월은 한창 영그는 철입니다. 7월은 모든 새가 노래하고, 모든 풀벌레가 춤추고, 모든 어린이가 까르르 뛰노는 달입니다. 7월은 바람맛이 가장 싱그러운 때요, 7월은 바다빛이 가장 깊은 무렵입니다. 7월은 나무에 물이 잔뜩 오르는 나날이요, 7월은 나무그늘에 앉아 책을 펴기에 상큼한 하루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책집지기님이 손수 꾸민 ‘오직 여기에만 있는 책갈피’가 남다릅니다. 거미를 담은 책갈피 그림이 마음에 듭니다. 거미란 숲이며 집을 보살피는 자그마한 이웃이에요. 거미는 풀숲하고 나무를 잇는 길이요, 거미는 새벽마다 이슬을 구슬처럼 주렁주렁 달며 빛나는 길입니다. 꿈길을 파란 거미줄로 그립니다.


《소태산 평전》(김형수, 문학동네, 2016.6.1.)

《80년대생들의 유서》(홍경아, 홍글, 2020.10.5.)

《즐거운 랄라》(김지유, 천년의시작, 2013.5.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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