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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0.12.29.

 

 

2008년에 태어난 큰아이한테 무엇을 베풀 적에 어버이다울까 하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곁님하고 저는 이 아이한테 ‘놀이’를 주기로 합니다. 이러면서 늘 ‘노래’를 불러 주기로 합니다. 무엇이든 놀이로 삼도록, 언제나 노래로 맞아들이도록, 하루를 스스로 짓는 길을 사랑스레 열도록, 이모저모 헤아리면서 인천을 떠났고 전남 고흥이란 고장에 깃들었습니다. 2011년에 작은아이가 태어납니다. 두 아이를 앞으로 ‘마침종이 배움터(졸업장 학교)’에 보낼 뜻이 터럭만큼도 없던 터라, 이 아이들이 앞으로 열 살 무렵이 되면 스스로 읽고 익힐 우리말 이야기를 쓰기로 했고, 2012∼2013년 두 해를 바쳐서 책 하나를 여미었어요. 그림을 맡은 강우근 님은 2013년 한 해 동안 땀을 흘려 주었어요. 억지로 외우는 우리말 이야기가 아닌, 말이 태어난 곳인 숲을 부드러이 헤아리면서, 말길도 시나브로 마음빛으로 맞아들여 주기를 바라면서 쓴 책입니다. 맨발로 숲에 깃들어 천천히 읽어 보기를 바란 이 책을, 참말로 맨발로 숲에 깃들어 읽어 주는 어린이 벗님이며 어른 동무님이 틀림없이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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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숲바람이 붑니다. 숲바람은 맑고 푸른 기운 가득 품습니다. 숲길을 거니는 사람은 누구나 맑고 푸른 숨을 쉬면서 맑고 푸른 몸이 되며, 맑고 푸른 넋을 돌봅니다. 찻길에 둘러싸인 채 흙과 풀과 나무하고 동떨어진 아파트와 교실에서 하루 내내 지내는 사람이라면, 맑지 못하고 푸르지 못한 바람을 마시면서 맑지 못하고 푸르지 못한 몸이 됩니다. 넋은 바람넋입니다. 얼은 바람얼입니다. 푸른 바람 마시면서 푸른 넋 되고, 맑은 바람 들이켜면서 맑은 얼 됩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몸이 시원하고 마음까지 시원하게 트입니다. 포근한 바람이 불어 온몸이 포근하고 마음 또한 포근하게 거듭납니다. 나무 곁에 서요. 나무 곁에서 나무바람을 쐬어요. 풀밭에 앉아요. 풀밭에서 풀바람을 마셔요. 바다에서는 바닷바람 먹습니다. 멧골에서는 멧바람 마십니다. 들에서는 들바람 먹고, 시골에서는 시골바람 마셔요. (6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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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4)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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