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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이웃을 숲으로 만나는 길 (2020.12.17.)

― 순창 〈밭〉

 

 

  아침 일찍 전주에서 버스를 달려 순창읍에 닿고, 동계면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큰짐을 나무걸상에 내려놓습니다. 시골살이 열 몇 해가 지나니 이제 시골에서 면소재지나 마을로 들어서는 버스를 수월히 알아봅니다. 이러면서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버스나 전철을 타는 길을 자꾸 잊어버리거나 헤맵니다.

 

  고장마다 버스 얼개가 달라요. 고흥에서는 타면서 삯을 치르지만, 순창에서는 내리면서 삯을 치르는군요. 어디나 매한가지이던데, 삯을 어떻게 치르는가를 다들 안 붙여놓습니다. 그러려니 할 뿐이에요.

 

  동계면에 닿아 다시 큰짐을 짊어지고 걷습니다. 동계초등학교 곁을 지나는데 울타리 없이 나무를 잘 건사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모름지기 배움터라면 둘레로 나무를 빼곡히 돌보면서 풀이 자라는 흙놀이터(운동장)를 한복판에 두어야지 싶어요.

 

  12월 18일은 〈밭〉이 두돌을 맞이하는 날이라고 해요. 이곳이 태어난 지 두돌이 되어서야 첫걸음입니다. 그러나 태어난 지 스무돌이나 서른돌이 된 책집 가운데 아직 찾아가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저마다 마을 한켠을 곱다시 밝히는 살림숲인 책집이라고 생각해요. 차근차근 마실하다 보면 온나라 마을책집을 모두 돌 뿐 아니라, 몇 해에 한 걸음씩 새로 찾아가서 꾸벅 절을 할 수 있겠지요.

 

  잘 말린 꽃잎이 길다란 병에 소복합니다. 캐모마일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올해부터 모과꽃·봄까지꽃·매꽃(매화)을 말린 다음 끓는물에 우려서 마셔요. 갓꽃도 말려서 우려 보는데 대단히 환해요. 다만 갓꽃은 벌레도 좋아하는 터라, 말리는 동안 벌레가 숨어들어 알을 낳기 쉽더군요. 꽃송이를 그저 해바라기로 말리면 그해에 다 마셔야 하더라도 햇살을 품은 내음이 배어들어 새로운 기운이 되고요.

 

  시골을 이야기하는 책이 차츰 늘고, 풀꽃나무를 다루는 책도 꾸준히 늘지만, 시골흙이나 숲을 품은 풀꽃나무하고 살아가는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적잖은 책은 ‘다른 풀책(식물도감)’을 옮기며 그칠 뿐, 스스로 흙이랑 풀꽃나무를 마음이랑 손길이랑 삶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로 엮지 않아요. 같은 쑥이어도 볕자리에 따라 빛이며 기운이며 내음이며 맛이며 크기가 모두 달라요. 뜯는 달에 따라서도 다르고, 뜯는 때에 따라서도 다르지요. 이렇게 다른, 그러니까 우리 삶을 고스란히 숲으로 노래하면서 누린 하루를 담아내면 다 다르면서 서로 반가운 ‘풀꽃지기’가 될 만하지 싶어요. 식물학자나 농학자는 안 되어도 좋거든요.

 

  시골을 푸르게 노래하려는 숨결을 마을에서 담는 책집 〈밭〉이 품는 책은 바로 이 마을이며 고장부터 숲으로 깨우고, 이웃 큰고장도 푸르게 돌보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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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닮다》(이현주 글·강진주 사진, 진주식당, 2019;5.15.)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김인수, 목수책방, 2019.11.5.)

《씨앗 할머니의 비밀》(김신효정 글·문준희 사진, 소나무, 2018.11.25.)

《채소다방》(장연희·한혜인·노영경, 채소다방, 20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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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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