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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살려쓰기

숲노래 우리말꽃 : ‘자연’을 가리킬 우리말

 

 

[물어봅니다]

  ‘자연보호·환경보호’처럼 말하는데요, ‘자연’이란 한자말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우리말에도 ‘자연’을 가리키는 말이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영어 ‘내츄럴’을 일본사람은 한자말 ‘자연’으로 풀었습니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이 우리나라를 짓누르면서 우리 삶터에 일본말하고 일본 한자말이 두루 퍼지기 앞서까지 이 나라에서는 ‘자연’이란 한자말을 거의 안 쓰거나 아예 안 썼습니다. 바깥에서 새물결이 밀려들면서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지어야 했는데, 예전에는 바깥나라에서 쓰던 말씨를 그냥 받아들이곤 했어요. 그래서 ‘내츄럴·자연’이 우리나라에 스미기 앞서 어떤 말로 그러한 결을 나타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제가 찾아낸 낱말은 ‘숲’입니다. 1900년으로 접어들 즈음까지 우리나라에서 우리말로 수수하게 살림을 지으며 살던 사람들이 널리 쓴 말은 ‘숲’이더군요. ‘숲’하고 맞물려 ‘메(산)’도 꽤 썼어요. 아무래도 옛날에는 ‘숲’이랑 ‘메’는 거의 같은 결로 썼구나 싶은데요, 오늘날 우리가 ‘자연보호·환경보호’처럼 말하는 자리에서는 ‘숲’ 하나가 가장 어울리겠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왜 ‘숲’인가를 얘기해 볼게요. 먼저 ‘숲’을 넣은 낱말을 하나둘 엮어 보겠습니다.

 

숲 ← 자연, 자연환경, 자연주의

숲터 ← 자연환경

숲사랑·숲돌봄·숲지킴 ← 자연보호, 환경보호

숲살림 ← 자연농, 자연농법, 자연유산, 자연친화

숲짓기 ← 자연농, 자연농법

숲책 ← 환경책, 생태환경책, 자연도감, 생태도감

 

  낱말 하나를 찾아내면서 끝나지 않아요. 그 낱말 하나를 바탕으로 새살림을 새말로 그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자말 ‘자연’을 놓고서 숱한 새말이 태어났어요. 우리말 ‘숲’을 놓고도 숱한 새말을 엮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숲이란 터이니 ‘숲터’이고, 숲을 돌보자는 뜻은 ‘숲돌봄’이되 ‘숲사랑’으로 담으면 한결 낫지 싶습니다. 숲은 사람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푸른 터예요. 숲처럼 흙을 가꾸자는 뜻인 ‘자연농’이니 ‘숲살림·숲짓기’ 같은 낱말을 엮을 만하고, ‘자연·생태·환경’을 다루는 책을 ‘숲책’이라 할 만합니다.

 

숲정이 ← 인공림, 공용림, 근린공원

숲사람·숲님 ← 자연인, 자연보호 운동가

숲지기 ← 자연보호 운동가

숲빚·숲막짓·숲죽이기 ← 자연오염, 자연파괴

숲너울 ← 자연재해

숲적이 ← 자연도감

 

  왜 ‘숲’일까요? 숲에는 나무가 우거지지요. 나무가 우거진 곳에는 들풀이며 들꽃도 우거집니다. 들풀·들꽃·나무가 우거진 곳에는 새·들짐승을 비롯해 풀벌레랑 벌나비가 넉넉히 어우러집니다. 나무에 새에 풀꽃이 얼크러진 곳은 으레 냇물이 흘러 적시기 마련이요, 물에서 사는 목숨도 많을 테니 더더욱 푸른 터전입니다. 숲으로 깊이 들어가면 첫 물줄기인 샘이 있기 마련이에요.

 

  숲이란 사람뿐 아니라 모든 목숨붙이가 ‘그 목숨결대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가장 바탕이 되는 터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한자말 ‘자연’이 나타내는 뜻하고 매한가지예요.

 

숲빛 ← 자연친화, 자연적

숲보람 ← 자연 혜택

숲마실·숲맞이·숲하루 ← 자연체험, 자연학습

숲말 ← 자연어, 자연 언어

숲눈 ← 자연적 관점

숲넋 ← 자연관, 자연사상, 자연철학

 

  글을 모르더라도 손수 흙을 짓고 살림을 가꾸고 아이를 낳아 돌보던 수수한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말을 물려주었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시골 흙지기는 살림짓기·삶짓기·사랑짓기란 하루를 누리면서 아이한테 ‘이야기’로 말을 가르치고 들려주었습니다. 더없이 숲다운(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오랜 숲말이란 시골말이면서 사투리이자 고장말이기도 합니다.

 

  요새는 ‘자연체험’이란 한자말보다 영어 ‘에코티어링’을 더 쓰는구나 싶은데요, ‘숲’을 넣어 부드럽게 ‘숲마실·숲맞이·숲하루’라 하면 어떨까요? “자연이 주는 혜택”이란 말을 곧잘 듣는데, 숲이 우리한테 베푸는 빛이란 ‘보람’일 테니 ‘숲보람’ 같은 낱말을 엮을 만합니다. “자연적 관점”이라고 해야만 전문말이 되지 않아요. 숲처럼 보는 눈길이니 ‘숲눈’처럼 단출히 나타내는 전문말을 지어도 어울려요.

 

숲뜰 ← 수목원

숲딸기 ← 자연종 딸기

숲내음 ← 자연향, 자연의 향기, 자연의 향, 아로마, 피톤치드

숲것 ← 자연자원

숲가꿈터 ← 자연보호구역

숲바구니 ← 에코백

숲씻이 ← 자연치유

 

  ‘자연’을 넣은 낱말은 아닌 ‘수목원’이지만, 사람들이 푸른바람을 마시면서 몸을 달래는 곳을 ‘숲뜰’ 같은 이름으로 나타내면 어떨까요? 숲을 뜰처럼 삼는 곳이라는 뜻으로 그 터전을 나타낸다면, 숲뜰을 찾아가는 마음도 한결 푸르리라 생각합니다. 요새는 딸기를 늦봄이나 첫여름 아닌 한겨울부터 가게에서 사다 먹는 사람이 많지만, 워낙 딸기란 들열매는 삼사월에 흰꽃을 피우고 오뉴월에 빨간알을 맺습니다. 사람이 따로 밭을 가꾸어 거두는 딸기가 아닌, 저절로 철에 따라 돋는 딸기인 “자연종 딸기”는 ‘숲딸기’라 할 만해요.

 

  우리 몸에 이바지하는 풀꽃나무한테서 얻은 ‘아로마’를 쓰는 분이 꽤 늘었어요. 풀꽃나무는 바로 숲을 이루는 바탕이니, ‘숲내음’이나 ‘숲물’ 같은 낱말을 지어서 담아내어도 어울립니다. ‘에코백’은 숲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짓는 바구니란 뜻으로 ‘숲바구니’라 해볼 만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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