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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마을마실 (2021.3.2.)

― 서울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

 

 

  누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아무리 착하구나 싶더라도 판박이입니다. 우러나와서 할 적에는 매우 조그맣더라도 눈부시고 새롭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심부름을 합니다. 어른이 시키기에 하는 심부름인데, 심부름을 맡기는 어른은 아이들이 스스로 소꿉을 찾아내어 살림으로 나아가도록 살살 마음을 이끌 줄 알아야지 싶어요.

 

  심부름만 하는 아이는 철바보가 되기 좋아요. 심부름이 아닌 일을 찾는 아이는 철빛이 영글어요. ‘일’이란 ‘일다·일어서다·일어나다’를 품는 낱말입니다. 누가 시킬 적에는 심부름일 뿐,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물결이나 너울처럼 일으키면서 하기에 일이라고 해요. 스스로 즐겁게 노래하면서 펴기에 비로소 일입니다.

 

  한자말 ‘직업’은 우리말 ‘일’하고는 썩 안 어울려요. ‘직업’이란 ‘돈벌이·밥벌이’인걸요. 돈이나 밥을 벌되 스스로 즐겁게 눈망울을 반짝이고 노래하면서 할 적이 아니라면 일이라 하지 않아요, 곰곰이 보면 오늘날 이 나라 터전·배움터는 아이들한테 ‘직업교육·직업훈련’을 시킵니다. “밥벌이·돈벌이로 나아가도록 시킴질”이에요.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웃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길에 너울너울 일어날 일거리를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보여주거나 들려주지 않습니다.

 

  마을책집 〈메종인디아〉에 깃들어 한낮을 가만히 보냅니다. 마을에 있기에 마을책집이고, 마을사람이 가벼이 들르기에 마을찻집입니다. 마을이 나아갈 길을 책을 곁에 두면서 새삼스레 들려주기에 마을책터이고, 이웃마을이 궁금해서 찾아오는 나그네를 포근히 안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마을샘터입니다.

 

  예부터 말하는 ‘마실’이란 ‘마을’을 가리킵니다. “마실을 간다”는 “마을을 간다”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이 아닌, 이웃이 살아가는 마을로 가기에 마실을 가요. 우리가 짓는 마을에서 누리는 살림을 이웃하고 나누려고 마실을 가고, 이웃이 지은 살림을 우리도 둘러보면서 맞아들이려고 마실을 갑니다.

 

  한자말 ‘여행’이나 영어 ‘투어·트래블’도 이 말이 태어난 곳에서 주고받던 살림이 흐르리라 생각해요. 우리말 ‘마실’에는 우리가 손수 가꾸고 돌보면서 넉넉히 펴던 숨결이 흐릅니다. 우리 마을에서 이웃을 바라보며 마실을 가는 길을 그려 볼까요? 이웃이 우리 마을을 마주하며 마실을 올 나날을 그려 보겠어요?

 

  바람이 골골샅샅 흐르듯, 사람이 고루고루 흐릅니다. 바람이고 물이고 사람이고 고이면 썩습니다. 바람은 이 숲에서 저 숲으로 흐르고, 물은 하늘에서 바다를 지나고 들을 거치고 숲을 가르지르며 흘러요. 사람은 어느 곳에서 보금자리를 틀고서 바람처럼 물처럼 별처럼 흐르는 숨빛으로 오늘을 짓는 넋일까요?

 

《Do!》(Gita Wolf·Rameshe Hengadi·Shantaram Dhadpe, tarabooks, 2019.)

《an Indian beach》(Joelle Jolivet, tarabooks, 201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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