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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푸른물결 들꽃물결 (2021.8.20.)

― 전주 〈책방 놀지〉

 

 

  새터로 옮겨서 연 〈잘 익은 언어들〉에 들렀습니다. 책집이 어떤 곳인가 하는 이야기를 어린이한테 들려주려고 쓴 꽃글(동화) 가운데 첫 꼭지를 글종이(원고지)에 옮겨적어 건네었습니다. 큰책집이 아닌 작은책집이라는 마음을 두고두고 이으면서 책마다 서린 푸른빛을 나누면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기차나루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걷다가 이팝나무 바람그늘 곁에 있는 〈책방 놀지〉를 만납니다. 아까는 건너쪽 거님길을 걸었는데 못 알아봤습니다. 설마 나뭇잎에 가려서 못 본 셈일까요.

 

  느긋이 걷고, 느릿느릿 눈길을 옮기면 책집도 들꽃도 구름도 볼 만합니다. 바쁘거나 서두르는 눈에는 책집도 들꽃도 구름도 안 보입니다. 전주도 꽤 커다란 고장이기에 거님길에서 한눈을 팔다가 사람한테 치이거나 빵빵 소리에 귀가 먹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모든 고장이 몸집을 더 키우려 하고, 잿빛집에 부릉이를 늘리려 합니다. 몸집을 줄이고, 벼슬자리(공무원)를 줄이며, 숲을 늘려 새랑 벌나비랑 풀꽃나비를 품으려는 고장은 아직 이 나라에 없습니다.

 

  더 생각하면, 나라지기만 숲을 멀리하거나 싫어하지 않아요. 우리 스스로 숲을 멀리하거나 싫어하지 싶습니다. 책이나 영화로는 숲을 마주하지만, 보금자리를 나무로 둘러싸거나 풀꽃이 흐드러지면서 풀벌레가 춤추고 노래하는 터전으로 보듬지 않거든요. 남이 아닌 우리가 푸르게 꿈꾸지 않으면 나라 앞길은 매캐합니다.

 

  마을 곳곳에 나무가 자라서 우거지고, 이 나무 곁에 쉼터나 집이 있으면 몸마음이 환하게 깨어난다고 느낍니다. 나무가 밀리거나 꺾이고, 나무 없는 곳에 ‘나무를 다룬 책이나 영화’만 있다면 겉치레하고 눈가림이 피어난다고 느껴요.

 

  멀리 있는 나무한테 찾아가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누구나 ‘우리 집 나무’부터 누릴 노릇입니다. 우리 집부터 나무밭이 되고, 우리 마을부터 나무숲이 되며, 우리 고을·고장부터 나무누리가 될 적에, 비로소 나라지기가 얼을 차리겠지요.

 

  태어난 곳에서 씨앗을 받습니다. 자라난 곳에서 씨앗을 그립니다. 살림하는 곳에서 씨앗을 심습니다. 사랑하는 곳에서 씨앗을 돌봅니다. 살아가는 곳에서 씨앗을 거둡니다. 꿈꾸는 곳에서 씨앗을 나눕니다. 큰책집도 있는 전주입니다만, 마을 곳곳에 알뜰살뜰 피어나는 작은책집은 큰책이 아닌 작은책으로 이야기를 펴면서 나무 한 그루하고 풀 한 포기하고 꽃 한 송이를 한 사람으로서 마주하는 자리예요.

 

  부릉물결이 아닌 푸른물결을 느끼면서 잎물 한 모금을 누려요. 몸이 천천히 깨어납니다. 잿빛물결이 아닌 들꽃물결을 누리면서 책을 펴요. 마음이 문득 눈뜹니다.

 

 

 

 

 

 

 

 

 

 

 

 

 

 

 

 

《내 고향 서울엔》(황진태, 돌베개, 2020.4.20.)

《토요일 한국학교》(강남옥, 모악, 2017.12.1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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