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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1.12.

헌책집 언저리 : 곁에 있습니다

 

 

  책집은 북적길에 있어야 할까요? 책집은 커야 할까요? 책집은 굳이 북적거리는 길목에 있지 않아도 좋고, 엄청나게 커다랗지 않아도 됩니다. 책집은 책을 돌보는 손빛을 나누는 쉼터이면 넉넉합니다. 책집은 저잣거리 한켠에 있을 만합니다. 책집은 호젓한 마을 어귀에 있을 만합니다. 책집은 시골 기스락에 있을 만합니다. 책집은 어린배움터 둘레에 있을 만합니다. 1만이나 10만이나 100만에 이르는 책을 잔뜩 놓기에 눈부시거나 훌륭한 책집이지 않습니다. 1000은커녕 100자락 책을 곱다시 모실 줄 아는 손빛을 밝혀도 아름답거나 즐거운 책집입니다. 책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서둘러 걸어가면 책집을 못 봅니다. 빠르게 부릉부릉 지나치면 책집을 안 봅니다. 스스로 삶이 고단하다고 여기면 책집을 눈여겨볼 틈이 없고, 남이 시키는 대로 휩쓸리는 나날이라면 책집하고 이웃이 되기 어렵습니다. 책 한 자락을 장만할 적에 돈이 엄청나게 들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사서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애써 장만한 책을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면 됩니다. 새책이 버겁다면 헌책으로 장만해도 흐뭇합니다. 반들거리는 겉모습인 책이 반짝거리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낡거나 닳은 책이기에 케케묵거나 해묵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요. 숲에서 자라던 아름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묶은 책입니다. 모든 책에는 숲빛이 흐릅니다. 숲에서 크던 아름나무한테서 얻은 연필로 쓴 책입니다. 모든 책에는 숲내음이 서립니다. 책집은 늘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여태 너무 바빠서 알아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마을책집에 마을 이야기가 있고, 마을책집에 마을 숨결이 있어요. 곁에 있는 마을책집에 사뿐히 발을 들여놓아 봐요. 먼먼 곳에서 얻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짓는 삶자락에서 가만히 피어나는 이야기를 느껴 봐요.

 

ㅅㄴㄹ

 

* 사진 : 대전 중앙로.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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