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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걸음마다 (2021.10.29.)

― 서울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사람마다 다르니 마을이 다르고, 살림집이 다르고, 책집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글씨가 다르고, 말결이 다르고, 몸짓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너랑 나랑 이름이 다르고, 노래가 다르고, 춤사위가 다릅니다.

 

  우리는 이름이 있기에 스스로 새로운 줄 깨닫습니다. 우리한테 이름이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 빛을 잃고 숨결을 잊습니다. 꽃이름도 풀이름도 나무이름도 함부로 지은 적이 없는 모든 겨레입니다. 먹물붙이나 임금붙이가 지은 풀꽃나무 이름이 아닙니다. 손수 살림을 지으면서 숲을 품은 수수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붙인 풀꽃나무 이름입니다. 풀벌레한테도, 헤엄이한테도, 새한테도, 뭇짐승한테도, 수수한 숲사람(시골사람)은 사랑을 오롯이 기울여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오늘날에는 겨레마다 다르고 고장마다 다르고 마을마다 다른 이 풀꽃나무 이름을 ‘배움이름(학명)’에 맞추곤 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을 깎아내리지요. 우리 스스로 먹물붙이가 다시 매긴 배움이름에 휘둘려요.

 

  일본은 총칼로 우리나라로 쳐들어오고 배움터를 새로 열면서 아이들한테 1·2·3 같은 셈값(번호)을 붙였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지우고 셈값으로 불렀는데, 이 굴레는 일본이 물러난 뒤에도 오래도록 이었어요. 1970년부터는 ‘주민등록번호’를 내밀어 사람들을 가두는 틀을 짰습니다. 나라(정부·정치권력)는 들꽃 같은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저 ‘억누르거나 다스릴 셈값(번호)’으로 여겼습니다. 나라일꾼을 뽑는다는 자리에 가면 ‘선거인명부’란 셈값이 줄줄이 붙어요.

 

  영천시장 곁에서 책빛을 밝히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찾아갑니다. 작은아이는 책집 앞골목이 비탈이 져서 재미있습니다. 영차영차 올라갔다가 바람처럼 화다닥 내리달립니다. 한참 달리기놀이를 하다가 책집에 다락이 있는 줄 알아채고는 다락놀이를 잇습니다.

 

  우리가 손에 쥐는 책은 모름지기 놀이하는 숨결에서 태어났다고 느낍니다. 어릴 적부터 누린 놀이를 이야기로 옮깁니다. 어버이란 이름을 얻어 아이하고 소꿉살림을 지으면서 돌본 하루를 글로 적습니다. 옛사람이 풀꽃나무한테 붙인 이름을 되새기면서 오늘에 맞게 새이름을 헤아립니다.

 

  이름은 말입니다. ‘이르다 + ㅁ = 이름’이니, 마음에 담은 생각을 소리로 터뜨려 말로 피어나면 비로소 이름으로 퍼집니다. 서울 곳곳을 밝히는 마을책집은 ‘마을 + 책 + 집’이란 이름으로 작은별입니다. 작은별은 작은씨앗이요, 작은씨앗은 작은손길이요, 작은손길은 잿빛나라를 푸르게 바꾸는 즐거운 사랑입니다.

 

《Town Mouse·Country Mouse》(Jan Brett, G.P.Putnam's sons, 1994.)

《Blueberry Girl》(Neil Gaiman 글·Charles Vess 그림, HarperCollins, 2009.)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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