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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차림 (2022.1.20.)

― 군산 〈마리서사〉

 

 

  서울에서는 어디나 가깝습니다. 서울에서는 모든 시골로 길을 뚫어요. 시골에서는 어디나 멉니다. 시골에서는 이웃 시골로조차 길이 없곤 합니다. 서울살이란 모든 새살림(현대문명)을 듬뿍 누리는 길입니다. 시골살이란 웬만한 새살림을 등지면서 숲살림을 느긋이 누리는 길입니다.

 

  이쪽이 낫거나 저쪽이 나쁘지 않습니다. ‘낫다·나쁘다’는 말밑이 ‘나’로 같고, ‘너·나’로 가르면서 ‘나·남’으로도 가르며, ‘날다·남다’를 이루는 말밑이에요. 아주 마땅히 ‘나’란 말밑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고, 오롯이 ‘나’라는 숨결을 그립니다. ‘나누다·노느다’ 말밑도 ‘나’인걸요.

 

  서울은 서울대로 재미납니다. 시골은 시골대로 신나요. 서로 다르면서 새롭게 어우러지기에 시골살림을 지으면서 이따금 서울마실을 합니다. 저한테 아직 아이들이 안 찾아오던 지난날 혼자 날마다 책집마실로 살아가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던 무렵에 제 등짐이며 손짐은 온통 책입니다. 걸으면서 읽고, 자전거를 달리다가 다리를 쉬며 읽고, 자다가 읽어나서 읽고, 먹으면서 읽습니다. 일터에서 일하다가 읽고, 모임(회의)을 할 적에도 으레 책을 펴고, 이야기(강의)를 듣는 자리에서도 노상 딴 책을 펴서 함께 듣고 읽었습니다.

 

  군산을 밝히는 〈마리서사〉는 조촐하면서 가볍게 짠 책주머니를 내놓았고, 겉에 “패션의 완성은 손에 책”이란 글씨를 새겼습니다. “책차림은 멋차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많이 읽거나 늘 읽어서 멋스럽지 않습니다. “책읽기 = 이웃 생각을 귀담아듣기 + 동무 마음에 눈빛 틔우기 + 푸른별 새길을 사랑으로 찾기”를 밑바탕으로 놓는다고 여겨요. 문득 《남성복을 입은 여성들》을 읽습니다. 옷이란 그저 옷이요, 우리말 ‘바지·치마’는 순이나 돌이가 입을 옷으로 안 가릅니다. 발을 넣고 여미기에 바지요, 통으로 두르기에 치마입니다. 오랜 우리말을 곰곰이 읽으면 ‘순이돌이 어깨동무 발자취’를 물씬 익히면서 새길을 찾을 만해요. 우리말은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에 ‘가시버시’입니다. 늘 순이가 앞입니다.

 

  이른바 ‘사내옷(남성복)’은 그저 사내가 입는 옷이라기보다 ‘사내힘(남성권력 + 가부장권력 + 통치권력)’이지 싶습니다. 순이가 굳이 멋없는 사내차림을 한 까닭은 사내끼리 바보스레 울타리를 세운 그악스런 가시울타리를 허물려는 뜻이라고 느껴요. 저는 곧잘 치마차림을 합니다. 돌이로서 ‘순이차림’ 아닌 ‘치마차림’을 하면서 “옷이란 모두 옷일 뿐, 껍데기 아닌 알맹이에 흐르는 사랑어린 삶을 보자”는 뜻을 보이는 셈입니다. 오늘 작은아이하고 군산마실을 처음으로 하면서 높다란 잿빛집하고 다르게 조촐히 여미는 골목집에 깃든 책빛을 듬뿍 누렸습니다.

 

《오직 하나뿐》(웬델 베리/ 배미영 옮김, 이후, 2017.9.7.)

《womankind vol 14》(나희영 엮음, 바다출판사, 2021.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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