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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아버지 육아일기 2022.4.7.

숲집놀이터 266. 지레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간 1982년 3월까지 제 마음이나 머리나 생각에는 ‘걱정’이란 낱말이 아예 없습니다. 한글조차 모르는 채 어린배움터에 들어간 여덟 살 아이는 저 앞에 선 어른이 손에 뭘 쥐고서 까만 데에다가 슥슥 뭘 그리는데 뭐 하는 셈인지 몰랐습니다. 저 사람(어른)은 저 사람이 하고픈 걸 하겠거니 여기며 옆에 앉은 동무랑 시시덕거립니다. 이러다가 머리가 핑 돌 만큼 누가 후려쳤고, 꽈당 하며 자빠졌습니다. 떠들지 말고, 장난하지 말고, 칠판을 쳐다보라고 하더군요. 놀라고 아팠지만 멍할 뿐이었고, 뭐가 뭔지 몰랐어요. 앞에서 뭘 끄적인 어른은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불러야 했고, ‘한글’을 적었다더군요. 처음 보는 무늬를 보며 “와! 저게 글이구나!”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선생님이란 어른한테 된통 얻어맞은 줄 잊고서 이레도 안 되어 한글을 깨쳤고, 처음으로 보고 듣는 모든 이야기를 신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아홉 살을 지나고 열 살에 이를 즈음 ‘시험’이란 이름으로 엄청 억누르는 줄 느껴 비로소 ‘걱정’이란 낱말을 알았어요. 이즈음 우리 언니가 “네가 뭘 안다고 걱정해?” 하고 한마디 쏘아붙여요. 새삼스레 놀랐고, ‘아하! 그렇구나. 난 내가 하고픈 길만 생각하면 되는걸.’ 하고 뉘우쳤고, 이때부터 지레 걱정하는 일을 마음에서 싹 지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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