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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아버지 육아일기 2022.4.22.

숲집놀이터 269. 갈림길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아버지를 두었기에, 아이들은 ‘너무도 깐깐할 아버지 곁에서 힘들지 않겠느냐?’고 설레발 같은 걱정을 하는 분이 꽤 있는 줄 느끼고는 허허허 하하하 호호호 웃었다. “저기요,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가 치마를 입고 다녀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요. 아니, ‘치마차림 아버지’를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저희까지 눈길을 받는다고 여겨서 짜증내지요.” 하고 말한다. 아이들이 맞춤길이나 띄어쓰기가 틀리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따금 “얘야, 이 말을 글로 옮길 적에는 소리가 이렇게 난단다.” 하고 천천히 입을 놀려서 소리를 다시 들려주고서 글씨를 보여준다. 여기서 끝이다. 이다음에 또 틀리면 또 틀렸네 하고 그러려니 생각하다가 어느 날 문득 “그런데 말야, 이 글씨는 이 소리를 이렇게 내며 옮긴 그림이란다.” 하고 보탠다. 이처럼 느슨히 열 몇 해에 걸쳐서 천천히 가끔 짚어 주면 아이들 스스로 어느 날 차근차근 깨달아서 다독이더라. 이렇게 느슨히 천천히 간다면, 아이들이 ‘셈겨룸(시험)’에서 0점을 맞거나 떨어질 만하겠지. 그러면, 아이들이 셈겨룸을 안 치러도 될 터전을 우리가 어른으로서 마련하거나 열 노릇이다. 아이도 어른도 ‘외워야’ 하지 않는다. ‘외우려’고 하니 글읽기나 책읽기가 모두 버겁다. 외울 생각이 아니라면, 누구나 하루에 책 100자락을 가볍게 읽어낼 수 있다. 우리는 ‘책읽기’를 즐길 삶이지, ‘책외우기’를 하며 갇힐 삶이 아니다. 하늘을 읽듯 책을 읽고, 사랑을 읽듯 오늘을 읽으면 넉넉하다. 언제나 우리 앞에는 갈림길이 있는데,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가지 말자. 아침에 스스로 그린 우리 꿈그림을 돌아보면서 ‘스스로길’을 가자. 갈림길을 내려놓고서 ‘스스로길·숲길·삶길·사랑길·살림길·오늘길·노래길·춤길·꽃길’을 가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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