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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8.27.

나그네채에서 5 아이랑

 

 

  2022년 8월 27일, 작은아이하고 이틀째 제주에서 묵는다. 작은아이는 갓난쟁이일 무렵하고 이제 막 통통통 달음박질을 할 수 있던 무렵 배를 꽤 탄 적이 있다만, “응? 난 배를 탄 생각이 하나도 안 나는데? 난 배 탄 적 없는데?” 하고 말한다. 작은아이가 배를 탄 적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숲노래 씨는 작은아이랑 언제 어디를 다녀오는 어떤 배를 탔는지 다 떠올릴 수 있으나, 굳이 보태어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구나, 그러면 숲노래 씨가 제주로 바깥일을 하러 다녀올 텐데 같이 갈까?” “음, 그럴까요?” 큰아이도 오랜만에 제주마실을 함께 하자고 얘기했는데, “어, 동생하고 같이 가요? 그러면 우리 집은 누가 지켜요? 나는 어머니하고 집을 지킬 테니까 동생하고 둘이 다녀와요.” 한다. 어쩜 이런 대견하며 의젓한 큰아이일까. “그래, 네가 우리 보금자리를 지켜주는구나. 그럼 이다음에 제주에 갈 적에는 둘이 가고, 그때에는 동생이 어머니랑 보금자리를 지키기로 하자꾸나.” 고흥에서 제주로 건너가기 하루 앞서 길손집을 살펴서 잡는다. 둘쨋날은 제주 〈노란우산〉 서광책집에 딸린 바깥채에서 묵기로 했고, 이다음날은 다시 제주시로 나가서 이틀을 묵는다. 한꺼번에 자리를 잡아도 되지만, ‘네이버호텔’로 자리를 잡을 적에는 하루 앞서 살필 적에 가장 싸더군. 보름이나 한 달쯤 앞서 자리를 잡으려면 외려 비싸더라. 어제오늘 작은아이랑 신나게 걷고 돌아다니고 마실을 하니, 저녁 일고여덟 시 무렵이면 둘 다 뻗어야 한다. 작은아이는 이내 꿈나라로 가고, 숲노래 씨는 바닥에 누워 등허리를 조금 펴다가 일어나서 새 길손집을 알아보고, 이튿날 다닐 길을 요모조모 따진다. 바깥마실을 할 적에는 아이가 그날 그때에 따라 몸이나 마음이나 생각이 바뀌기도 하니, 이 흐름에 맞추어 모든 벼리(일정)를 온통 새로 짜기 일쑤이다. ‘미리 짠 대로 밀어붙이’면 누구보다 아이가 고단하고 어버이도 힘들지. 아이가 그때마다 어떠한가를 물어보고 살피며 ‘미리 짠 벼리가 있어도 곧바로 바꾸거나 새로 살펴서 움직인’다. 나는 예전에 ‘아무것도 미리 안 짜고’ 다녔다. 이러다가 곁님한테서 옴팡 꾸지람을 들었고, 아직 허술하더라도 열이나 스무 가지 벼리(일정·계획)를 짜놓고서, 아이한테 넌지시 물어보고서 아이가 가장 바라는 길로 간다. 언제나 아이가 가르쳐 주고 이끌어 준다. 아이 눈망울로 생각하고 아이가 바라는 대로 할 적에 하루가 가장 아름답고 즐거우면서 빛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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