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읽기 2022.9.24.
노래책시렁 245
《마주 선 나무》
유경환
창작과비평사
2002.11.30.
〈조선일보〉에서 글꾼(기자)으로 일했기에 나쁜 사람일 수 없습니다만, 서슬퍼렇던 나날 그곳에서 일삯을 받은 사람을 좋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문화부장·편집부장·논설위원을 하면서 우두머리(대통령)를 비롯한 힘꾼(권력자)하고 사이좋게 지낸 이가 노래꽃(동시)을 썼다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더구나 이 노래꽃을 ‘창비어린이(창작과비평사)’에서 선보였다면, 펴냄터가 넋이 나갔다고 밝히거나 ‘윤석중 동심천사주의를 어린이한테 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여길 만해요. 《마주 선 나무》를 읽으면 “때묻은 깃발”이라든지 “나만이 아는 그리운 노래”라든지 “1학년 그 귀여운”처럼 도무지 어린이스러울 수 없는 눈길을 엿볼 만합니다. 아이를 귀염둥이로 내려다보는 ‘귀염글(동심천사주의)’이자, ‘어른만 느끼는 옛생각(추억)에 잠긴 글치레’입니다. 아이들은 “때묻은 깃발”을 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리운 노래”를 읊을 때가 아니에요. 신나게 땀흘리며 뛰놀며 노래를 쩌렁쩌렁 외칩니다. 누구나 글을 쓸 노릇이요, 어느 곳에 몸을 담갔어도 나쁠 수 없습니다. 그저 구경하는 마음이나 몸짓은 구경스런 글에 스스로 갇히고, 구경할 뿐이기에 자꾸 꾸미고 치레하고 덧바릅니다. 그만 구경하고 삶자리로 갑시다.
ㅅㄴㄹ
기차 / 지나간 뒤 // 때묻은 / 깃발처럼 // 흩날린다. (뒷모습/14쪽)
층계를 내려올 땐 / 가슴 속 / 노래가 / 찰랑대지요 // 나만이 아는 / 그리운 노래를 / 심심할 땐 혼자서 / 부르지요. (혼자 노는 아이/26쪽)
깃발처럼 나부끼는 잎 / 마음껏 뻗어 기지개 켜던 팔 // 1학년 그 귀여운 두 귀에 / 얼마나 옛얘기 담아 줄 수 있을까 (나무의자/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