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10.21.
노래책시렁 253
《가슴을 재다》
박설희
푸른사상
2021.11.10.
사람들 누구나 노래(시)를 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노래를 썼고 불렀고 지었고 나누었습니다. ‘지난날 누구나’라 할 적에는 임금·벼슬아치·글바치를 뺀 모든 사람입니다. 임금·벼슬아치·글바치는 우리말을 안 쓰고 중국말을 읊고 한문을 적었습니다. 붓힘을 쥔 이들한테는 노래가 없이 이름(명예)·돈(재산)·힘(권력)만 흘렀습니다. 붓·먹·벼루·종이를 구경조차 못 하던 수수한 사람들은 흙·풀꽃나무·비바람·해·별·바다·숲을 품으면서 손수 살림을 짓고 삶을 누리며 사랑을 나누었기에, 아이를 낳아 돌보는 나날을 고스란히 노래로 옮겨서 일하거나 놀거나 쉬거나 늘 새롭게 피어났습니다. 《가슴을 재다》를 읽었습니다. ‘글’이라는 허물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노래로 피어나리라 봅니다. ‘문학’이라는 고치에서 나올 수 있다면 노래가 되리라 봅니다. ‘시’라는 이름을 벗을 수 있다면 바로 노래로 나아가리라 봅니다. 남을 구경한 모습을 옮길 적에는 노래하고 멉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 누구나 부르고 나누며 아이들이 물려받아 새로 부르던 노래는, 늘 스스로 짓는 삶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울고 웃은 오늘입니다.
ㅅㄴㄹ
지구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 휘파람소리일 거야 / 마실 나온 청년처럼 / 설렘과 감탄을 실은 휘파람 (휘파람/40쪽)
길 한복판에 있던 장끼가 / 자동차를 뒤늦게 발견하고 / 허둥지둥 길을 가로질러 // 달린다, 새가, 장끼가, / 날개를 접고 / 길짐승처럼 마구 달린다 (위기/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