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책 2022.10.26.
노래책시렁 237
《똥 누고 가는 새》
임길택 글
조동광 그림
실천문학사
1998.12.5.
마을 할매 여럿이 몰래 우리 집 뒤꼍 담을 타고 들어와서 감을 훔쳤습니다. 이러면서 “저 감을 왜 안 따요? 땅에 떨어져 터지니 아까워삐네.” 하더군요. “감을 사람만 먹나요? 저희는 감을 먹고 싶을 적에 한두 알씩만 따고, 새가 먹도록 가만히 둡니다. 새한테 주는 밥을 훔쳐가지 마셔요. 할매네에도 감나무가 있는데 왜 담을 타고 넘어와서 훔쳐가나요? 우리 집 감을 먹고 싶다면 앞문으로 들어와서 두 알만 달라고 하셔요.” 하고 얘기했습니다. 마을 할매는 아뭇소리를 못 합니다. 《똥 누고 가는 새》를 처음 읽은 지 어느새 스물 몇 해가 흘렀습니다. 아니, 이 노래책을 처음 장만한 지 스물 몇 해입니다. 흙으로 일찍 돌아간 임길택 님 글을 다시 읽기까지 제법 걸렸습니다. 떠난 분은 더 글을 남길 수 없기에 책만 장만해 놓고서 오래도록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새삼스레 되읽다가 생각합니다. 왜 갈수록 시골조차 ‘까치밥’이란 이름을 잊을까요? 감나무 한 그루는 사람한테만 열매를 내주지 않아요. 직박구리한테도, 참새랑 딱새랑 콩새랑 딱새한테도, 까마귀랑 까치한테도, 물까치랑 할미새한테도, 개미랑 벌나비랑 지렁이한테도 열매를 내줍니다.
ㅅㄴㄹ
손톱 밑에 / 까만 때가 낀다. // 손가락 곳곳 / 풀에 베이고 / 풀물이 든다. // 적삼에선 / 풀풀 쉰내가 나고 // 여기저기 / 훤히 훤히 / 길이 트인다 (여름/34쪽)
올 같은 감 흉년 / 또다시 올까? // 몇 개만 달린 감 / 그냥 두었다. // 꽃으로 보려고 / 따질 않았다. (감/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