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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1.5.

숨은책 761

 

《詩人의 마을》

 정태춘

 성음사

 1985.3.10.

 

 

  인천하고 서울을 오가는 칙폭이(전철)에 미닫이(창문)만 있고 바람이가 없던(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는) 무렵, 이 길을 새벽하고 저녁마다 오가자니 죽을맛이었습니다. 길삯도 많이 들고, 밀리고 밟히고 눌리니 몸마음이 너덜너덜합니다. 1994년은 날마다 불수레(지옥철)에서 납작오징어가 되면서 “나랏놈은 이 불수레를 안 탈 테지? 그놈들이 탄다면 불수레를 그냥 두겠어? 아니, 불수레인 줄 아니까 사람들을 더 옥죄려고 등돌릴까? 길들이려고 말이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은 “아, 이래서 얼른 인부수(인천·부천·수원)를 떠나 서울로 가야 한다고 꿈꾸겠구나. 서울에서 살면 걷거나 자전거로도 일터를 오갈 테니까.” 싶어요. ‘서울로(in Seoul)’를 부추기는 판입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같은 말을 누가 퍼뜨렸는지 괘씸했습니다. 헌책집에서 《詩人의 마을》을 보았습니다.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펴는 그 ‘정태춘’ 노래를 콩나물종이(악보)에까지 얹어서 담은 꾸러미인 줄 알아차리면서 “이분은 시골 평택에서 나고자란 삶을 서울에서도 노랫가락에 담았구나” 싶어 새로웠습니다. 몸이 어디 있더라도 마음을 푸르게 다스릴 노릇이더군요.

 

내 고향 집 뒷들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 담 너머 논둑길로 황소 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음, 난장이 채송화 피우려 / 음, 푸석한 슬레트 지붕 위로 햇살이 비쳐 오겠지 / 에헤야, 아침이 올게야 /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고향 집 가세/154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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