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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지난 끝

 


  태풍이 지난 끝, 맨 먼저 우리 집 뒤꼍 뽕나무 한 그루 뿌리가 뽑혔다. 3/4쯤 뽑힌 뿌리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르지만, 둘레 땅을 파서 뿌리를 흙으로 덮어 보았다. 뽕나무가 기운차게 누운 채 살아남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태풍은 이웃집이랑 맞닿은 시멘트블록담을 허물었다. 우리 이웃집은 텅 빈 집. 퍽 오래 비었기에, 블록담이 허물어지든 말든 대수롭지는 않다. 다만, 이제 바깥에서 우리 집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며칠 뒤 다시 거센 비바람이 온다면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쌓아야지 싶다. 그런데, 돌로 쌓은 울타리는 무너진 데가 없으나, 시멘트블록담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부엌 쪽 천장에서 흙이 조금 떨어졌다. 어느 마을에서는 지붕이 날아가기도 했단다. 지붕을 얹은 지 퍽 오래되었으면 다시 단단히 여미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 집은 지붕을 새로 얹었으니 흙만 조금 떨어지고 그쳤다.


  우리 보금자리 있는 동백마을, 이웃한 신기마을·원산마을·지정마을·호덕마을, 이렇게 다섯 마을이 나란히 전기가 나갔다. 전기가 나가니, 마을 샘가에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물을 긷고 설거지를 하러 나오신다. 모처럼 샘가가 복닥복닥하다. 물이 안 나오기 때문에 모든 빨래를 하지는 않고, 작은아이 바지랑 집식구 속옷만 틈틈이 몇 점 빨래한다.


  전기가 나간 채 하룻밤을 지내고 보니 밤이 참 좋다. 마을에 불빛 하나 없으니 달과 하늘이 훨씬 까맣고 한결 밝다. 여느 때에도 불빛이랑 고샅 사이사이 몇 점 있는 등불이었지만, 이 등불조차 없으니 그야말로 시골 밤이로구나 싶다. 2012년 8월 29일 낮 한 시, 전기가 다시 들어온다. 내 왼손 가운데손가락 생채기가 아직 아물지 않아 빨래는 빨래기계한테 맡긴다. (4345.8.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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