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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줄근

 


  자전거를 손질하려고 읍내까지 타고 나간다. 수레에 두 아이를 태우고 나간다. 한낮이 되면 무덥기도 할 테고, 자전거집 일꾼이 밥 먹느라 자리를 비울 수 있으니 바지런히 밥을 지어 아이들 먹이고 신나게 자전거를 달린다.


  팔월 삼십일일 막바지 시골길은 그리 덥지 않다. 비봉산 기슭을 타고 오르는 첫 고갯길은 수월하게 넘는다. 아이 둘을 태우고 이 고갯길을 이렇게 수월하게 넘기도 하네, 하고 생각했지만, 포두면을 지나고 읍내와 가까운 호형마을 고갯길에서는 그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도 그럴 까닭이 포두면을 지나 호형마을 고갯길에 이르기까지 3.5킬로미터가 오르막인 고갯길이다. 높이가 수백 수천 미터가 아니라 하더라도 고갯길을 넘기란 만만하지 않을 만하다. 그래도 오늘은 무척 잘 달렸다. 뭐랄까. 내가 달릴 만큼만 느긋하게 달리자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읍내 자전거집에서 자전거를 손질한다. 뒷바퀴 튜브는 새것으로 갈아서 끼운다. 여러모로 손질을 하고 기름을 바르니 자전거가 잘 구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리힘이 풀린다고 느낀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 참말 다리힘이 풀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아무 생각을 않고 자전거 발판을 구르기로 한다. 훅훅 숨을 고른다. 많은 사람들은 차분하게 앉아 숨고르기를 하는데, 나는 자전거 발판을 구르면서 숨을 고른다.


  달린다, 달린다, 하늘을 본다, 숲을 본다, 땅을 본다, 논과 밭을 본다, 뒷거울로 아이들을 본다, 또 달린다, 달린다.


  이리하여 집에까지 닿는다. 집에 닿아 대문을 열려고 하는데 힘이 없다. 소리를 내어 옆지기를 부를까 싶다가도 고단해서 낮잠을 잘는지 모르니 겨우 무릎을 버티어 문을 연다. 후박나무 그늘에 자전거를 댄다. 옆지기는 안 잔다. 아이들 내려서 씻기는 몫을 옆지기한테 맡긴다. 온몸에서 후끈후끈 뜨거운 김이 난다. 후줄근한 몸을 눕히고 쉬어야겠다. (4345.8.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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