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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07] 창문바람

 

  네 식구 함께 기차를 타고 다섯 시간 가까이 달리면서 옛날 일을 떠올립니다. 내가 어릴 적에는 기차에도 ‘열고 닫는 창문’이 있었어요. 따로 에어컨이 없었고, 누구나 창문을 열어 바깥바람을 쐬며 여름날 더위를 식혔어요. 인천에서 떠나 서울로 가는 전철도 창문을 열어 바깥바람을 쐬도록 했습니다. 시내버스는 아주 마땅히 창문을 열어 여름날 더위를 식히도록 했어요. 시외버스도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도록 했습니다. 어느 버스이든 찬바람이 휭휭 나오지 않았어요. 이때에는 택시나 자가용에서 나오는 에어컨 찬바람이 퍽 놀랍다 싶기도 하면서, 창문바람 아닌 기계바람이라 그리 내키지 않았어요. 차를 타면 기차이든 버스이든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어야 비로소 시원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도시에서는 창문바람이 시원하기는 하더라도 상큼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바깥에서 시원스러운 바람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버스나 기차에 바람이 고이지 않도록 합니다. 봄에는 봄 기운을 느끼고 가을에는 가을 기운을 느껴요. 시외버스가 도시 바깥을 달릴라치면 ‘아, 바람맛이 달라졌네?’ 하고 느낍니다. 기차가 시골 논밭 사이를 달릴라치면 ‘이야, 바람맛이 푸르구나!’ 하고 느껴요. 꽁꽁 닫혀 열 수 없는 기찻간 창문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창문바람을 쐬지 못한다면, 곡성을 달리건 구례를 달리건 임실을 달리건, 아이들은 시골마을 푸른 숲을 느낄 수 없습니다. 눈으로는 바라볼는지 모르나, 바람을 쐬지 못하니 이내 고개를 돌려 손전화나 다른 것에 눈길마저 휩쓸립니다. (4345.9.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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