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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람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은 비를 몰고 찾아온다. 그동안 찾아온 바람은 우리 집에서 마당을 바라볼 적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었다. 어젯밤부터 찾아온 바람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분다. 바람결이 바뀌었다. 이 바람은 전라남도에 들어설 적에 목포나 강진 쪽이 아닌 여수 오른쪽으로 들어서기 때문에 바람결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늘 불던 바람결하고 다른 탓인지 모르겠는데, 집 오른쪽 시멘트담이 와르르 하고 무너진다. 지난 바람이 불 적에 마당 오른쪽 시멘트담이 무너지더니, 이번에는 집 오른쪽 시멘트담이 무너진다.


  시멘트담을 무너뜨린 바람이 차츰 잦아들 무렵, 언뜻선뜻 해가 비친다. 해가 쨍쨍 내리쬐며 빗물을 모두 말리는 데에도 바람은 불다가 멎다가 한다. 하늘 곳곳에 파란 빛깔 눈부시게 드러난다. 문을 꽁꽁 닫고 집에서 놀던 아이들은 맨발로 마당에 내려선다. 아이들은 바람을 맞으며 논다. 햇살을 바라보며 논다.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으며 논다. 이 바람이 부는데에도, 또 바람 따라 비가 퍼붓는데에도, 풀벌레는 곳곳에서 노래를 불렀다. 바람소리 사이사이 풀벌레도 나즈막하게 노랫소리 들려주었다.


  저녁이 가고 새 아침이 찾아들면 언제 바람이 불었느냐는듯이 햇살이 따사로이 들판을 내리쬘 테지. 알맹이 튼튼히 여물 무렵 찾아든 비바람에 흔들리던 나락은 따순 햇살을 받아먹으며 노랗디노랗게 익겠지. (4345.9.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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