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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책방 사람들

 


  커다란 책방이 새로 문을 연다든지, 커다란 책방이 이제 문을 닫는다든지, 이런저런 커다란 책방 이야기는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 같은 데에 으레 나오곤 합니다.


  조그마한 책방이 새로 문을 연다든지, 조그마한 책방이 이제 문을 닫는다든지, 이런저런 조그마한 책방 이야기는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 같은 데에 거의 안 나오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름난 몇몇 정치꾼 이야기만 맨 앞자리에 큼지막하게 다루는 신문이요 잡지이며 방송이에요. 이름이 안 난 정치꾼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는 신문이고 잡지이자 방송이에요. 신문·잡지·방송은 정치라든지 사회라든지 경제라든지 운동경기 이야기를 몹시 크게 다루지만, 이마저도 ‘가장 커다랗다 싶은 사람들’ 언저리에서만 맴돌아요.


  나는 신문을 읽지 않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시골마을 조그마한 보금자리 조그마한 사람입니다. 나는 잡지를 보지 않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살림집 조그마한 어버이 조그마한 사람입니다. 나는 방송을 보지 않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연필 조그마한 사진기 조그마한 주머니로 마실을 다니는 사람입니다.


  조그마한 동네헌책방 한 곳을 찾아갑니다. 버스와 기차와 택시를 갈아타며 일고여덟 시간을 달려 찾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버스와 기차와 택시를 갈아타며 일고여덟 시간이 걸립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방을 일굽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방을 즐깁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을 손질해서 작은 책방에 갖춥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을 찾아 작은 책방을 드나듭니다.


  작은 책방 사람들은 신문기자도 방송기자도 만나지 않습니다.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를 만나 할 말이 없습니다. 작은 책방에는 100사람이나 200사람이 드나들지 못합니다. 작은 책방은 작은 책방에 걸맞게 작은 사람들이 오순도순 어울릴 수 있을 뿐입니다. 10만 사람이나 100만 사람한테 알려질 만한 작은 책방이 아닙니다. 굳이 1000만 사람한테 알려야 할 작은 책방이 아닙니다.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사람 누구나 작은 손길로 사랑하며 아낄 때에 빛나는 작은 책방입니다. 그러니까, 신문글이나 잡지글 하나 없어도, 방송풀그림 하나 없어도, 작은 책방은 어연번듯하게 살림을 꾸려요. 작은 손길이 작은 책방을 살찌우고, 작은 마음이 작은 책을 보듬습니다. 작은 책방이 작은 책들을 아껴 책시렁에 예쁘게 꽂고는, 작은 책손이 작은 책방을 찾아오며 작은 주머니를 열어 작은 살림을 보탭니다.


  부산 연산동에서 작은 헌책방 〈다성헌책방〉 한 곳을 찾기는 퍽 힘들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스스로 작은 눈길 되고 작은 발걸음이 된다면 작은 사랑 깃든 작은 책쉼터를 작은 가슴에 담을 수 있으리라 느껴요. (4345.10.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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