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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43) 쉽게 쓸 수 있는데 87 : 진지하게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진지하게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말을 획득한다. 그리고 말을 획득함으로서 더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유치원 일기》(양철북,2010) 192쪽

 

  한자말 ‘진지(眞摯)하다’는 “마음 쓰는 태도나 행동 따위가 참되고 착실하다”를 뜻한다 합니다. 그러면 “진지하게 삶을 영위(營爲)  하는 가운데”는 무엇을 뜻할까요. “알뜰히 삶을 누리면서”가 될까요. “삶을 알차게 누리면서”가 될까요. ‘-하는 가운데’처럼 적는 말투는 한국 말투가 아닙니다. 일본 말투 ‘-하는 中’을 잘못 옮긴 말투이기도 하고, 영어 현재진행형을 어설피 적바림한 말투이기도 합니다. “말을 획득(獲得)한다”는 “말을 얻는다”나 “말을 배운다”나 “말을 찾는다”로 손질합니다. “말을 획득함으로서”는 “말을 얻으면서”나 “말을 배우면서”나 “말을 찾으면서”로 손보고, “훌륭한 인간(人間)으로 성장(成長)한다”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란다”나 “훌륭하게 큰다”로 손봅니다.

 

 진지하게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 참다이 삶을 누리면서
→ 삶을 알뜰히 누리면서
→ 삶을 알차게 즐기면서
→ 삶을 알뜰살뜰 빛내면서
 …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쓰기에, 일본말이나 미국말(또는 영국말)로 된 책이 있으면 한국말로 옮깁니다.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 적부터 영어를 가르치도록 내몰지만, 초등학교 어린이나 고등학교 푸름이더러 ‘영어로 된 책’을 읽으라고 하지는 않아요. 한국사람이 읽는 책은 으레 한국말로 된 책입니다.


  그런데, 외국말로 된 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분들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익히거나 알차게 가다듬지는 못하기 일쑤입니다. 외국말은 알차게 배우거나 알뜰히 익힌다 하더라도, 막상 한국말은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말아, 애써 한국말로 옮겨서 적는 글이 엉뚱하거나 어설프곤 합니다.


  영어를 배우건 일본말을 배우건 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말을 못 하면서 영어만 잘 한다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요. 한국말은 엉터리라 하거나 바보스럽다 하면서 일본말은 훌륭하다면 어떤 보람이 있을까요.


  영어사전을 엮는 영어학자도 한국말을 훌륭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어학자가 한국말을 훌륭하게 하지 못하면, 영한사전(영어사전)을 어설피 엮을밖에 없어요. 영어 낱말과 글월을 한국 낱말과 글월로 어떻게 옮겨야 올바르고 알맞으며 아름다운가를 깨닫지 못하면, 영한사전은 죄 엉터리가 되고 맙니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익히지 못하면, 대학입시 잘 시킨다는 영어 강사라 하더라도 아이들한테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지는 못하고 말아요.


  아이들이 ‘진지’하게 삶을 ‘영위’하는 모습은 어떠할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러한 글을 썼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을 썼을까요. 아이들한테 ‘너희는 이런 모습으로 보인단다’ 하고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할 적에도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 생각을 빛낼 때에 가장 알맞고 가장 쉬우며 가장 아름다운 말을 빚습니다. (4345.10.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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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삶을 알뜰히 누리면서 제 말을 찾는다. 그리고 말을 찾으면서 더 훌륭하게 자란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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