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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57) 맑음돌이

 

일기예보는 맑을 거라고 했지만, 맑음돌이를 잔뜩 만들어서 처마 밑에 걸어 놓고, 주머니에도 가득 넣고 왔는데
《우에야마 토치/설은미 옮김-아빠는 요리사 (112)》(학산문화사,2011) 18쪽

 

  일본사람은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테루테루보즈(てるてる-ぼうず,照る照る坊主)’를 창가에 건다고 합니다. 일본사람이 쓴 문학책이나 만화책을 보면 ‘테루테루보즈’ 얘기가 참 자주 나와요. 일본은 한국보다 비가 잦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비가 잦으니 비가 잦은 만큼 궂은 일도 잦을 수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가 새삼스레 있을 테지요.


  한국에서는 무엇이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글쎄.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무언가 거는 일이 있는가 알쏭달쏭합니다. 하늘에 대고 절을 하는 일은 있어도, 무언가를 붙이거나 거는 일은 드물지 싶어요. 아니, 나도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모를 수 있어요. 먼먼 옛날 시골사람은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걸거나 붙이거나 하면서 비멎기를 바랐을는지 몰라요. 이제 도시 사회가 되고 보니, 어느 도시에서도 비멎기 바라는 무언가를 잊었다든지, 시골에서도 못물이 넉넉히 있기에 비멎기를 바라는 몸짓이 사라지거나 잊혔을 수 있어요.

 

 맑음돌이 ↔ 테루테루보즈

 

  한국말로 옮긴 어느 만화책을 읽다가 ‘맑음돌이’라는 이름을 봅니다. 내가 이제껏 본 일본책에서는 으레 일본말 ‘테루테루보즈’만 나왔는데, 이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겨적은 이름을 처음으로 봅니다.


  테루테루보즈는 ‘테루테루보즈’라 적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이렇게 옮겨적은 이름이 참 앙증맞고 잘 어울리며 쓸 만하다고 느낍니다. 일본사람이 즐기는 삶은 일본사람 나름대로 일본말로 붙여서 즐기면 되고, 한국사람은 이들 일본살이를 한국말로 예쁘고 슬기롭게 붙여서 가리켜도 될 만하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한국사람도 ‘비멎기 놀이’를 해 볼 수 있겠지요. 한국사람이 ‘비멎기 놀이’를 할 적에는 ‘맑음돌이’나 ‘맑음순이’를 내걸 수 있어요. ‘맑음아이’라든지 ‘맑음고양이’를 만들어 걸어도 돼요. ‘맑음냐옹’이라든지 ‘맑음멍멍’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생각에 따라 말이 태어납니다. 생각에 따라 태어나는 말은 알뜰살뜰 아끼면 씩씩하게 자랍니다. ‘맑음-’을 붙여 어떤 새말을 지으면 재미나며 어여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거꾸로 ‘-맑음’을 달아 새롭게 새말을 지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마음맑음’이라든지 ‘사랑맑음’을 비롯해서 ‘하늘맑음’이나 ‘꿈맑음’을 쓸 수 있어요. ‘생각맑음’이나 ‘얼굴맑음’을 써도 잘 어울려요. (4345.1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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