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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1

[도서] 우리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글,그림/이기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만화책 느낌글은 한 권씩 따로 쓰지만, 시골 누리신문 <고흥뉴스>에 책소개를 하려고 4~6권에서 한 대목씩 뽑아서 새롭게 소개하는 글을 씁니다.

 

..

 

이 땅은 ‘대통령 것’도 ‘군수 것’도 아니다
[시골사람 책읽기 003]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1∼7)》(길찾기,2012)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대통령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이곳 고흥 땅은 ‘군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것’도 아니요, ‘재벌 우두머리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우리 것’도 아닙니다. 땅은 ‘아무개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땅은 ‘이 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살아가는 보금자리’입니다.


  숲속에서 새들이 살아갑니다. 크고작은 짐승이 살아갑니다. 범이나 늑대나 여우나 이리는 모두 씨가 말랐다고 하며, 곰도 살아갈 만한 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숲속에 토끼가 살든 노루가 살든 고라니나 삵이 살든, 숲은 토끼 것도 노루 것도 고라니 것도 아니에요. 어느 누구 것도 아닌 숲이요,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짐승으로서는 이녁이 살아가는 보금자리’일 뿐입니다.


  숲에서는 나무가 살아갑니다. 꽃도 풀도 살아갑니다. 돌멩이도 살고 벌레도 삽니다. 숲에서 흐르는 냇물에는 물고기도 살아갑니다. 저마다 제 보금자리를 예쁘게 누리며 삽니다. 또한, 사람도 숲에 나란히 깃들며 사람답게 보금자리를 곱게 일구어요.


  사람만 살겠다며 숲을 밀면, 사람을 뺀 다른 짐승은 그예 죽어야 합니다. 사람이 돈을 꾀하며 숲을 밀어 공장을 세우거나 고속도로를 놓거나 발전소를 짓는다면, 사람을 뺀 풀과 꽃과 나무는 몽땅 죽어야 합니다.


  사람만 남고 다른 짐승이 사라진다면, 사람만 있고 다른 푸나무가 없어진다면, 이러한 데는 사람 스스로 얼마나 살아갈 만할까 궁금합니다. 짐승은 소우리나 돼지우리나 닭우리에서 고기짐승으로만 키우면 될까 궁금합니다. 푸나무는 농장이나 과수원이나 비닐집에서 ‘먹는 풀과 열매’로만 심으면 될까 궁금합니다.


.. 불도저로 파헤쳐진 논밭과 삼림은 이미 공단이 매수한 땅이었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집과 논밭, 그리고 우리 마을과 이어져 있었다. 거칠게 파헤쳐진 붉은 땅을 보면, 우리의 땅이 투영되어 보였다. 우리들이 엄연히 여기 살고 있는데도, 이 나라에서 산리즈카는 이미 ‘공항 용지’일 뿐이었다 ..  (4권 162쪽)


  학교라는 곳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을 골고루 아끼고 사랑하며 가르쳐야 합니다. 어느 한 아이를 남달리 아낀다든지, 어느 한 아이한테는 등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시험성적 잘 내는 아이들을 모아 특별반을 마련하는 일이란, 시험성적 잘 내는 아이들한테조차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교는 시험공부를 하는 데가 아니거든요. 삶을 배우고 삶을 가르치며 삶을 누리도록 이끌거나 돕는 데가 학교예요.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스스로 학교 구실을 잃어요.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만 바라보고, 중·고등학교는 대학교만 바라봐요.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를 다니며 그저 대학바라기만 해요. 삶바라기를 하지 못해요. 사랑바라기나 꿈바라기하고는 아예 동떨어져요. 교사부터 스스로 삶과 사랑과 꿈을 키우지 못하기에,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알려주지 못해요.


  학교는 누구 것일까요. 학교는 ‘교장 것’일까요. 학교는 ‘이사장 것’일까요. 학교는 ‘교육감 것’일까요. 학교는 ‘학생 것’도 ‘교사 것’도 ‘학부모 것’도 아닙니다. 학교는 ‘삶을 배우고 나누며 즐기는 사람 스스로 보살피는 곳’입니다. 이 아이는 이 아이대로 삶을 누리도록 돕고, 저 아이는 저 아이대로 삶을 빛내도록 거들어야 비로소 학교라 할 수 있어요.


.. “그래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편리해진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해진다면, 공항 같은 건 만들면 안 돼요.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 그건 공항을 만드는 인간들이 지어낸 말이에요 ..  (5권 212∼213쪽)


  일본사람 오제 아키라 님이 그린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는 모두 일곱 권입니다. 1960∼70년대 일본에서 ‘나리타 공항’을 만들려 하면서 ‘산리즈카 시골 작은 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려서 없애려 했고, 산리즈카 시골 작은 마을 사람들이 ‘일본 정부 공권력 몽둥이와 언론조작’에 맞서 어떠한 슬기를 빛내고 싸우면서 이녁 보금자리를 지키면서 돌보려 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산리즈카 사람들 싸움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간추려 말한다면, ‘나리타 공항’이라는 이름처럼 공항은 들어섰습니다. 모진 몽둥이질과 꼬드김과 괴롭힘에 못 이겨 고향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 이들이 떠난 자리에 공항 활주로가 몇 군데 섰어요. 그렇지만, 숱한 몽둥이질과 꼬드김과 괴롭힘에도 씩씩하게 맞서면서 시골살이를 아름답게 즐기는 사람들은 오늘도 산리즈카에 튼튼하게 남아서 살아갑니다. ‘나리타 공항’은 공항으로서 들어서기는 했지만, 처음 설계대로 공사를 마치지 못해요. 반쪽짜리 공항이에요.


.. “텔레비전 따위 안 봐도 돼. 신문 따위 읽지 않아도 돼. 너희들, 한 번만이라도 우리 마을이랑 공사현장에 와 봐. 공항 만드는 곳에 민주주의나 주권재민 같은 건 요만큼도 없어. 있는 건 기동대의 폭력뿐이다! 우리는 가족이 총출동해서 3일 동안 싸웠어. 공단은 측량을 전혀 못 하고 돌아갔어. 하지만, 아무리 날림으로 한 측량이라도, 이게 끝나면 다음에 오는 건 강제수용이야! 땅을 빼앗는 거란 말이다! 강제수용이란 건!” ..  (6권 114∼115쪽)


  곰곰이 살피면,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부 공권력이 ‘폭력 주먹질’이 되어 날아듭니다. 공항을 지으려 하든 발전소를 지으려 하든 고속도로를 지으려 하든 골프장을 지으려 하든 관광단지를 지으려 하든 우주기지를 지으려 하든, 무엇을 지으려 하든, 공무원과 건설업자와 재벌기업은 ‘책상머리에서 펜대를 굴리며 서류를 꾸밉’니다. 지도를 책상에 쫙 펼치고는 금을 그으면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고흥은 ‘고흥 군수 것’일까요. 한국은 ‘대통령 것’일까요. 아니, 고흥은 ‘고흥 공무원 것’일까요. 한국은 ‘정부 공공기관 공무원 것’일까요. 시골마을 고흥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왜 당신 아이를 학교에 넣어 ‘공무원이나 회사원 되는’ 교육을 시킬까요.


  대통령 한 사람이 꾀해서 밀어붙이는 4대강사업이 아닙니다. 대통령부터 여러 장관과 공무원이 똘똘 뭉치고 건설업자와 재벌기업이 손을 맞잡으며 함께하는 4대강사업입니다. 4대강사업을 꾀하며 밀어붙이는 일꾼 가운데에는 ‘고흥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있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 밀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 원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있을 테지요. 다들 돈을 벌 생각으로 이 나라 이 땅을 저희 것이라도 되는 양 망가뜨리며 무너뜨립니다.


  논밭에는 왜 농약을 쳐야 할까요. 바다에는 왜 염산을 뿌려야 할까요. 이 땅은 누구 것일까요. 이 바다는 누구 것일까요. 농약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됩니다. 염산은 물고기가 마시며 다시 우리 밥상에 오릅니다. 항공방제를 하며 뿌리는 농약이 댐에 가둔 물에 스며들어 수도물에 섞입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나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는 빗물과 섞여 숲과 논밭으로 떨어집니다. 이 땅은 누구 것일까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하는가요. 대통령과 군수가 ‘바보짓’을 한다지만, 우리들은 우리 보금자리에 어떤 ‘사랑짓’이나 ‘꿈짓’을 하면서 삶을 빛내는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4345.1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시골사람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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