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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49) -의 계절 1 : 비의 계절

 

비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모이치 구미코/김나은 옮김-장미마을의 초승달 빵집》(한림출판사,2006) 30쪽

 

  짧은 보기글입니다. 여기에는 ‘시작(始作)’이라는 말이 안 붙습니다. 으레 “비의 계절(季節)이 시작되었습니다”처럼 쓰는 요즈음인데. “비의 계절이 되었습니다”처럼 적은 이 짧은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비의 계절
→ 비철 / 장마철
→ 비오는 철
 …

 

  겨울이 되면 시골마다 돌아오는 ‘사냥철’이 있습니다. 사냥철이 되면 도시에서 몰려드는 사냥꾼들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냥 갈비집이나 전골집에서 가서 고기 사먹으면 될 텐데, 꼭 총을 들고 손수 잡아서 구워 먹어야 맛이 있는가 봅니다.


  짐승들한테는 해마다 한두 차례 ‘짝짓기철’이 있어 암수 서로 살가이 만나서 사랑놀이를 즐깁니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철은 ‘장마철’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눈이 끊임없이 내리는 철은 ‘눈철’이나 ‘눈보라철’쯤 될까요?


  비가 오는 철이면 ‘비철’입니다. 눈이 오는 철이면 ‘눈철’이고요. 꽃이 피는 철이면 ‘꽃철’이겠지요. 안개가 잔뜩 끼게 되는 철이면 ‘안개철’이라 할 만합니다. 열매가 무르익는 철이면 ‘열매철’이라 해도 좋아요. 뭐, 해마다 겨울이면 고등학교 아이들은 ‘입시철’이 다가와 시달리잖아요. 우리한테는 ‘철’입니다. 다만, 요새는 하도 철부지가 늘어나서 철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4339.12.19.불./4345.11.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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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이 되었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34) -의 계절 2 : 내복의 계절

 

이제부터 내복의 계절이 시작되었다고 엄마가 말했다

《요안나 올레흐(글),윤지(그림)/이지원 옮김-열두 살의 판타스틱 사생활》(문학동네,2008) 189쪽

 

  ‘계절(季節)’은 ‘철’로 고치고, ‘시작(始作)되었다고’는 ‘되었다고’나 ‘맞이했다고’로 고쳐 줍니다.

 

 내복의 계절이 시작되었다고
→ 내복 입는 철이라고
→ 속속옷 입는 때라고
→ 속속옷을 입어야 한다고
→ 속속옷 입을 날이 되었다고
 …

 

  제가 살던 인천집은 겨울이면 으레 영 도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여태껏 달삯 내며 살았던 집 가운데 따뜻하다고 느꼈던 집은 한 군데도 없었구나 싶습니다. 그동안 어찌 살았고 오늘도 어찌 사는가 참 대단하구나 싶으면서도, 제가 이러한 집들에 살기 앞서 이 집에서 살던 사람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다들 참 용케 버티어 내는구나 싶고, 방에서도 두꺼운 겉옷 입거나 이불 뒤집어쓰면서 손 호호 불어 녹이거나 주머니에 쑥 찔러넣으며 살아냈을까 하고 헤아려 보곤 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달삯을 꼬박꼬박 치르면서도 이렇게 추운 집에서 언손 비비며 살아가는구나 싶기도 해요. 차라리 바깥에서 돌아다닐 때에는 몸도 움직이니까 몸도 살지만, 집에서 집안일만 하면 몸이고 뼈고 다 얼어붙겠구나 싶습니다.


  글 한 줄 쓰면서도 손가락이 얼어붙어서 두 손을 비비며 녹여야 합니다. 보일러를 살짝살짝 돌리면 엉덩이는 따뜻해지는데 방에 불기운이 감돌지 못합니다. 집임자가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달삯 받는 집을 이렇게 내버려 두고 우리더러 돈들여 고쳐쓰라고 하는 셈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가난하니 이런 추위를 이겨내면서 ‘고달프면 돈벌어서 내 집 마련해서 꾸미셔!’ 하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옷을 두껍게 껴입는 철
 옷을 두툼하게 껴입는 겨울
 속속옷 챙겨입는 겨울
 속속옷 단단히 챙겨입는 철
 …

 

  옆지기는 집에서 속속옷을 입습니다. 저는 속속옷을 안 입습니다. 추위를 덜 타서 그렇기도 하지만, 속속옷을 입으면 움직일 때에 땀이 많이 나서 힘들기 때문입니다. 골목마실을 하든 자전거 나들이를 하든 몸에서 나는 땀으로 온몸이 흥건하게 젖으면 외려 고뿔에 걸리기 쉬우니 옷을 얇게 입곤 합니다. 그렇지만 집에서는, 이렇게 썰렁하다 못해 추운 집에서는 웃도리를 두 벌 입는데, 이렇게 해도 추운 오늘 같은 날은 두꺼운 겉옷을 걸쳐야 합니다.


  우리야 이렁저렁 이 집에서 견디고 버틴다고 할 텐데, 우리가 이 집에서 나가고 나서 이 집에 새로 들어올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은 어떻게 견디거나 버틸는지, 아니면 두 손 들고 다른 데로 내빼실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에도 퍽 따스한 남녘마을로 살림집으로 옮겨서 살아가는 이 밤에 문득 춥디춥던 옛집을 그립니다. (4341.12.25.물./4345.11.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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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속속옷 입는 날이 되었다고 엄마가 말했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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