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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결에 물든 미국말
 (670) 레토릭(rhetoric)

 

시간에 쫓기고 살 물건은 많은데, 주차할 곳도 없는 재래시장에 가라는 건 선거 때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레토릭에나 나오는 하나마나 한 말이다
《오창익-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삼인,2008) 204쪽

 

  “주차(駐車)할”은 “차를 댈”이나 “차를 둘”로 손보고, “가라는 건”은 “가라는 소리는”이나 “가라 한다면”이나 “가라고 하는 말은”으로 손봅니다. ‘구사(驅使)하는’은 ‘읊는’이나 ‘들려주는’이나 ‘써먹는’이나 ‘들먹이는’으로 손질합니다.


  ‘레토릭(rhetoric)’은 아마 영어일 텐데, 독일말로도 이와 거의 같거나 비슷한 낱말이 있구나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낱말을 쓰는 지식인이 퍽 많이 늘었는데, 제가 떠올리기로는 지난날 지식인은 한자말 ‘수사학(修辭學)’이나 ‘수사(修辭)’를 즐겨썼어요. 영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레토릭’은 ‘미사여구(美辭麗句)’나 ‘웅변술(雄辯術)’을 가리키기도 한다는데, 한자말 ‘수사(修辭)’ 뜻풀이가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며서 보다 아름답고 정연하게 하는 일”을 가리키니, 이런저런 한자말은 ‘보기 좋게 꾸미는 말’이나 ‘듣기 그럴싸하게 다듬는 말’이로구나 싶어요.

 

 말 / 말씀
 말장난 / 말잔치 / 말놀이
 치레하는 말 / 치레말(치렛말) / 겉치레말 / 겉말 / 겉치레

 

  꾸며서 아름답게 보이려는 말이라면, 이러한 모습 그대로 ‘꾸밈말’입니다. 꾸미는 말이란 치레하는 말이기도 하기에, ‘치레말’이라는 새말을 빚을 만합니다. ‘겉치레말’이라 할 수 있고, ‘겉치레’나 ‘겉말’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치레하듯 읊는 말”이라든지 “겉으로 꾸미는 말”이라든지 “겉으로 치레하는 말”처럼 풀어서 적어도 돼요.


  지난날 지식인들은 한자를 즐겨썼기에 ‘수사’나 ‘수사학’처럼 적었다지만, 지난날 여느 사람들은 언제나 여느 말로 ‘치레하는 모습’이나 ‘꾸미는 모습’을 나타냈어요. 오늘날에도 이런 흐름은 같아요. 오늘날 지식인들은 영어를 즐겨쓰니까 ‘레토릭’ 같은 낱말을 들먹이겠지요. 오늘날에도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수한 낱말을 빌어 수수한 생각을 나타낼 테고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수사학’이든 ‘레토릭’이든 그닥 대수롭지 않게 쓰는 말이라 할 텐데, 여느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낱말도 저 낱말도 좀 뚱딴지 같습니다. 엉뚱하거나 생뚱맞달까요. 쓸 만한 까닭이 없구나 싶은데 쓰니까 엉뚱하고, 이웃이나 동무하고 두루 나눌 만한 낱말이 못 되는구나 싶어서 생뚱맞아요.


  살다 보면, 말놀이도 하고 말장난도 하겠지요. 말만 번드레한 말잔치를 할 수도 있어요. 때와 곳에 따라 말놀이나 말장난이 재미날 수 있어요. 누군가는 말잔치로 사람들을 웃음잔치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레토릭’ 같은 영어는 어떤 구실을 할까요. 이러한 영어를 쓰는 일은 한국 사회에 어느 만큼 이바지를 할까요. 이런 낱말을 듣거나 읽어야 하는 한국사람은 어느 만큼 즐거울까요. 4345.1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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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쫓기고 살 물건은 많은데, 차 댈 곳도 없는 저잣거리에 가라는 말은 선거 때 정치꾼들이 읊는 말잔치에나 나오는 하나마나 한 말이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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