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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18] 가득 넣어요

 


장인어른 짐차를 얻어타고 돌아다니다가 기름집에 들릅니다. 창문을 열고 기름집 일꾼한테 이야기합니다. “가득 넣어 주셔요.” “네.” 기름집 일꾼을 바라보며 ‘가득’이라 말하면서 아직 내 마음 한켠 조마조마합니다. 설마 이곳 일꾼은 ‘가득’이라는 한국말을 못 알아들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웬만한 기름집마다 ‘만땅’이나 ‘엥꼬’ 같은 일본말을 쓰는 일이 거의 없지 싶지만, 틀림없이 어느 곳에서는 이런 일본말 아니면 듣지 않을 수 있고, 어느 분은 이런 일본말 아니고는 말을 못할 수 있어요. 장인어른은 기름집 일꾼한테 “가득 넣어요.” 하고 말씀하시지만, 차를 댈 적에는 “오라이! 오라이!” 하고만 말해요. “괜찮아요. 됐어요.” 하고 말하면 못 알아들으셔요. 아주 천천히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이 자취를 감추기는 하는데, 이러는 동안 영어가 슬금슬금 기어들어요. 내 동무 가운데 어느 녀석은 기름집에서 “풀!”이라고 말해요. 뭔 소리인가 했더니, 영어 ‘full’이에요. 나랑 내 식구들은 시골에서 지내고 자가용이 없으니, 온 나라 기름집마다 어떤 말이 오가고, 자가용 모는 분들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는지 잘 몰라요. 아마 참 엉터리 같구나 싶은 말마디를 내뱉는 분이 있을 수 있어요. 왜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한국말로 따사로이 말을 나눌 생각을 못할까요. 왜 우리들은 슬픈 사람이 되면서 슬픈 줄조차 못 느낄까요. 4345.12.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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