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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책읽기

 


  내 책읽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퍽 마음에 든다고 여기는 어떤 책 하나를 놓고 느낌글을 쓰다 보면, 이 책이 품절이나 절판이곤 하다. 두루 사랑받는 책을 느낌글로 이야기하는 일도 많지만, 새책방에서 사라지고 도서관에서도 쉬 찾아보기 어려운 책을 느낌글로 이야기하는 때도 잦다. 오늘은 《바다가 좋아》라는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다가, 이 책도 새책방에서 사라진 줄 깨닫는다. 나는 한국사람이 사진책을 참 안 읽어 사진책이 아주 쉽게 새책방에서 사라지고 만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면, 만화책하고 그림책도 참으로 쉽게 새책방에서 자취를 감춘다. 게다가, 인문책이라면 도서관 같은 데에서 한 권쯤 갖추어 준다지만, 사진책이랑 그림책이랑 만화책을 갖추어 주는 도서관은 아주 드물다. 이 가운데 사진책은 어찌저찌 갖추더라도 그림책은 ‘어린이 도서관’이 갖추면 된다 여겨 안 갖추기도 하고, 만화책은 어느 도서관에서조차 안 갖추려 한다.


  흔히 ‘한국사람이 책을 참 안 읽는다’고들 하는데, 아마 한국사람이 책을 참 안 읽는다 싶으니, 아름답게 태어난 아름다운 책이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사라지리라. 그러나, 아름답게 태어난 아름다운 책을 알뜰살뜰 이야기하며 알리는 글쟁이(신문기자·잡지기자·도서평론가·지식인)는 얼마나 되는가. 아름답게 태어난 아름다운 책을 알차게 건사하려는 도서관은 얼마나 되는가.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새해 정부 살림돈 쓸 자리를 갈무리했다는데, 새 찻길 닦고 새 다리 놓는 데에 수천 억, 아니 수 조, 아니 수십 조를 쓰는 듯하다. 군부대를 지키거나 늘리는 데에도 수십 조를 쓰겠지.


  제발 길 좀 그만 닦자. 고속도로 더 없어도 되고, 섬에 굳이 다리를 안 놓아도 된다. 사람들이 ‘배를 타는 즐거움’도 누리게 하자. 다리가 놓인대서 섬사람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다리가 놓이면 구경꾼이랑 장사꾼 드나들기에 좋을 뿐이다. 다리 놓을 돈으로 섬에 보건소 한 군데 더 마련하고, 도서관 한 자리 더 건사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써야 할 돈을 쓸 노릇이다. 천천히 삶을 누리면서 천천히 책을 즐길 새해는 언제쯤 밝을 수 있으려나. 4346.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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