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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가운 상말
 610 : 여여부동

 

소리나 빛을 향한 내 성품이 너, 나의 구별이 없는 여여부동한 마음자리였으면
《김수우-百年魚》(심지,2009) 41쪽

 

  “빛을 향(向)한”은 “빛을 마주한”이나 “빛을 바라보는”이나 “빛 앞에 선”으로 다듬고, ‘성품(性品)’은 ‘마음씨’나 ‘마음결’이나 ‘됨됨이’나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아니, 예부터 이처럼 말했습니다. “너, 나의 구별(區別)이 없는”은 “너, 나로 가르지 않는”이나 “너, 나를 나누지 않는”이나 “너, 나 사이에 금을 안 긋는”으로 손볼 만해요. “너와 내가 따로 없는”이나 “너와 내가 하나인”이나 “너와 내가 함께 있는”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여여부동’이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낱말은 한국말도 아니지만, 한국사람이 쓸 만한 한자말도 아닙니다. 중국말이거나 다른 바깥말이에요. 불교에서는 ‘여여부동(如如不動)’이라는 사자성어를 “마음이 주변 상황에 자극 받지 않고 항상 늘 원만하고 자유롭게”를 뜻하는 자리에 쓴다고 합니다. 곧, 이 사자성어를 한국말로 옮긴다면 ‘한결같이’나 ‘꾸준하게’쯤 돼요.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한겨레는 예부터 익히 ‘한결같이’라든지 ‘꾸준하게’처럼 말했어요. 한겨레가 ‘여여부동’처럼 말할 일은 없었어요. 불교를 파고드는 이들은 이런 한자말을 썼다지만, 처음 불교를 책에 적바림한 나라에서 한자말을 썼다 하더라도, 이 ‘한자로 지은 책’을 한국으로 받아들여 널리 퍼뜨리려 하던 사람들은 ‘한겨레가 쓰는 여느 말’로 불교 이야기를 옮겨서 나누어야 올발라요.

 

 여여부동한 마음자리였으면
→ 한결같은 마음자리였으면
→ 곧은 마음자리였으면
→ 올곧은 마음자리였으면
→ 곧고 바른 마음자리였으면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서로서로 아름답게 쓸 말을 주고받아야지 싶습니다. 학문으로나 역사로나 다 함께 즐거이 나눌 말을 일구어야지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보드라운 마음자리”나 “살가운 마음자리”나 “사랑스러운 마음자리”처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너와 나를 따로 나누지 않는 마음자리라 할 때에는 “따스한 마음자리”나 “어여쁜 마음자리”나 “환한 마음자리”나 “맑은 마음자리”라고 나타낼 수 있어요.


  생각 한 줄기 가다듬으며 말 한 줄기 가다듬습니다. 마음 한 자락 추스르며 말 한 자락 추스릅니다. 4346.1.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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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 빛을 바라보는 내 마음결이 너와 내가 따로 없는 한결같은 마음자리였으면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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