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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살아가는 마음

 


  아이들이 밤잠을 잘 자다가 꼭 깹니다. 밤오줌을 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꿈을 꾸다가 깹니다. 이때에 가슴을 잘 토닥이면 다시 새근새근 숨을 고르면서 깊이 잠듭니다. 그러나, 그예 깨어 품에 안거나 무릎잠을 재워야 하곤 합니다.


  아이 하나를 무릎에 누입니다. 아이 하나를 옆에 누입니다. 아이들 곁에 누워 아이들을 품에 안습니다. 아이가 아버지 품에 바싹 달라붙습니다. 아이가 손을 뻗어 아버지 얼굴이나 몸이나 팔이나 허리나 가슴이나 이곳저곳 만지다가 스르르 힘이 빠지며 곯아떨어집니다.


  무릎잠 자던 아이를 살며시 안아 잠자리로 옮기면 내 몸은 홀가분한데, 막상 이렇게 홀가분한 몸이 되고 나면, 밤에 하는 글쓰기가 되레 재미없습니다. 왜 그럴까, 왜 이 홀가분한 몸일 때에 더 바지런히 글쓰기를 하지 못할까, 생각하다가, 방문 조용히 열고 마당으로 내려서서 별을 바라봅니다. 아마, 나는 집일 아무것 안 하고 집식구하고 하나도 안 얽히면서, 어떤 글방 하나 얻어 호젓하게 글쓰기에만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 할 적에는 글쓰기를 못하는 사람 아닌가 싶습니다. 복닥복닥 어수선하고 어지러우며 고단한 나날을 잇는다 하더라도, 아이들 노랫소리랑 웃음소리랑 이야깃소리 들으면서 글빛을 북돋우는 사람이지 싶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내 삶일까요. 어떻게 이러한 내 삶이 되었을까요.


  그런데, 아이들과 살아가며 글을 쓰니, 아이들과 함께 읽을 글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글을 엮으니, 앞으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이 아이들 스스로 글을 읽을 때에는 저희 아버지 글을 가만히 들여다보겠구나 싶습니다. 곧, 내 글은 내 글만이 아니라 아이들 글이요, 내 글에 깃드는 넋은 내 넋만이 아닌 아이들 넋입니다. 내 글은 내 이름으로만 쓰는 글이 아니라, 내 옆지기 이름으로도 함께 쓰는 글이요, 내 어버이와 이웃과 동무 이름이 함께 감돌며 쓰는 글입니다.


  내 벗은 누구인가요. 풀이요, 나무요, 새요, 벌레요, 구름이요, 멧자락이요, 숲이요, 논이요, 바다요, 하늘이요, 해요, 별이요, 달이요, …… 모두모두 벗입니다. 고흥 시골마을에도 살아가는 벗이요, 인천이나 서울에도 살아가는 벗입니다. 벗이 누구인가 하고 생각하기에 글을 쓰는 매무새가 달라지고, 내가 누구하고 살아가는 사람인가 하고 돌아보기에 글뿐 아니라 살림 꾸리는 몸가짐이 바뀝니다. 이제 나는 아이들 곁에 누워 내 손으로 아이들 머리카락 살살 쓸어넘기며 새벽을 맞이해야겠습니다.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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