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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2] 살펴 가셔요

 


  여섯 살 아이가 보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이 “조심해!” 하고 말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논둑을 타고 논다든지 어디에서건 개구지게 뛰거나 달리면, 어른들이 곁에서 “조심해!” 하고 말합니다. 아이는 이래저래 ‘조심(操心)’이라는 한자말을 어린 나날부터 익숙하게 듣고 씁니다. 내 어릴 적 돌아보면, 내 둘레 어른들은 ‘조심’이라는 한자말도 익히 썼지만, ‘살피다’와 ‘마음 쓰다’라는 한국말을 나란히 썼어요. 나는 어릴 적에 ‘조심·살피다·마음 쓰다’가 다른 말마디인 줄 여겼는데, 나중에 커서 국어사전 들여다보니, 모두 같은 자리에 같은 뜻으로 쓰는 말마디이더군요. 내 둘레 어른들은 이 대목을 알았을까요. 이런 대목 돌아보며 말을 하는 어른은 몇이나 있었을까요. 어른들끼리 “조심해서 들어가셔요.” 하는 인사를 주고받곤 하는데, 언젠가 어느 어른이 ‘조심’이라는 말마디를 몹시 얹짢게 여겼어요. 당신은 “살펴 가셔요.” 하고 인사해야 바른 인사말이라 여긴대요. 당신으로서는 ‘조심’이라는 낱말이 마뜩하지 않다 했어요. 그러고 보면, ‘조심’이라는 한자말은 일제강점기 즈음부터 스며든 낱말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는 아이들한테 “잘 살펴야지.”라든지 “마음을 잘 써야지.” 하고 말했으리라 느껴요. 그래서 나도 우리 아이한테는 “응, ‘조심’하지는 말고 ‘잘 살펴’.” 하고 말합니다. 길을 살피고, 뜻을 살피며, 사랑을 살핍니다. 둘레를 살피고, 동무를 살피며, 숲을 살핍니다. 4346.4.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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