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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른입니까 25] 자전거읽기
― 자전거와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대단히 많은 모습을 봅니다. 내 둘레 사람들은 나더러 자동차를 몰면 훨씬 멀리 더 빠르게 달릴 뿐 아니라, 책방마실을 하고 나서 짐칸에 책 거뜬히 싣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자전거를 달리며 마주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모습이랑, 두 다리로 거닐며 누리는 아주아주 많은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반갑고 남다르구나 싶어서 자동차를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몸이 많이 힘들면 택시를 불러서 탑니다. 택시는 참 너그럽지요. 부르면 달려오고, 가고 싶다는 데에 태워 주거든요. 택시삯이 비싸다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자동차 장만해서 보험삯 내고 기름값 치르며 굴리는 값을 생각하면 택시삯은 매우 싸요. 그러면 자전거는? 자전거는 아예 아무런 돈이 안 든다 할 만하지요.


  나는 세발도 네발도 아닌 두발로 달리는 자전거를 처음 몰던 느낌을 오늘까지도 또렷하게 아로새깁니다. 꽤 어린 나이였을 텐데, 작은 바퀴 둘을 떼고 두발로 자전거를 달리며 얼마나 들뜨고 설레며 기뻤는지 몰라요. 다만, 들뜸과 설렘과 기쁨만 생각하다가 그만 고꾸라져서 팔뚝이 아주 크게 까지고 찢어졌어요. 이마에서 피도 흘렀어요. 그런데, 이렇게 까지고 찢어졌어도, 두발자전거로 달리는 들뜸과 설렘과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그 뒤로는 두발자전거로만 달렸어요. 어머니가 말리셨지만 이듬날에도 또 두발자전거로 달렸고, 또 크게 고꾸라져서 다친 데가 더 찢어지고 피는 훨씬 많이 흘렀어요.


  오늘 나는 두 아이와 살아갑니다. 작은아이는 수레에 태우고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태워, 앞에서 샛자전거와 수레를 끌고 두 아이를 태우며 달리는 자전거 발판을 밟자면 힘이 무척 많이 듭니다. 자전거 무게도 퍽 무겁고, 언덕길 오르자면 온몸에서 땀이 옴팡지게 쏟으면서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서 길바닥을 적셔요. 그렇지만, 이런 자전거를 거의 날마다 탑니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거의 날마다 누려요.


  자전거로 면소재지나 읍내 언저리를 달리고 보면, 시골길에서는 온갖 죽음을 마주합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곧 알아채요. 길바닥에는 자동차에 치여 죽은 멧짐승과 뱀과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와 사마귀와 메뚜기와 달팽이와 개미뿐 아니라, 너구리도 오소리도 삵도 제비도 비둘기도 박새도 소쩍새도 있어요. 다람쥐도 고라니도 자동차에 치여 죽습니다. 이 모든 슬픔을 자전거를 몰며 더 끔찍하게 느껴요. 아마, 자동차 모는 분들은 모를 텐데, 자전거로 달리거나 두 다리로 거닐다 보면, 길바닥에 자동차에 치여서 죽어 날개가 바람 따라 팔랑거리는 나비 주검 되게 많아요. 자동차에 밟힌 개구리와 개미는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 저기 밟지 말아요!” 하고 먼저 알아채서 외치기도 하지요.


  자동차를 장만하면서 자전거를 함께 장만하는 어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동차를 장만할 적에 이것저것 옵션 한두 가지쯤 줄여 백만 원쯤으로 자전거 한 대 함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어른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생각을 기울여 보면, 자동차 몰면서 한 달 기름값 십만 원쯤 아끼면 한 해에 백이십만 원을 모아 ‘좋은 자전거’ 한 대 장만할 수 있어요. 한 달 기름값 오만 원쯤 아끼면 한 해에 육십만 원을 모아 ‘썩 나은 자전거’ 한 대 장만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마음을 쏟는 어른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어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이 길은 어떻게 달릴 때에 즐거울까요?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면 가장 빨리 갈 수 있나요? 이곳에서 저곳으로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면 무엇이 좋을까요?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자전거로 삶을 노래하는 이웃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자전거로 기쁘게 나들이 누리는 아이들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4346.7.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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