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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글날에 맞추어 태어날 '초등 높은학년 우리말 이야기책' <숲말>에 붙일 '커다란 부록'인 '낱말풀이'에 쓸 글을 맛보기로 걸칩니다. 한창 온마음 모아서 낱말풀이를 붙이느라 다른 일은 어느 한 가지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오늘 일찍 잠들어 주어, 더 바지런히 이 일을 합니다. 땀나도록 하다가 살짝 쉬며, 슬쩍 몇 가지 걸치니 즐겁게 읽어 보셔요.

 

 

= 1. 꽃 : 꽃처럼 피어날 말 =

 

 

꽃봉오리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곧 피어날 꽃을 가리키는 낱말이 됩니다.

 

꽃몽우리
  한창 여무는 꽃봉오리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꽃망울
  아직 어린 꽃봉오리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말뜻만 놓고 살피면, ‘꽃봉오리’와 ‘꽃몽우리’와 ‘꽃망울’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헤아리기 어려울 수 있어요. 날마다 어느 꽃 한 가지를 오래도록 들여다보셔요. 이제 막 봉오리 맺힌 모습부터 가만히 들여다봐요. 많이 자라거나 여물었지만 아직 피어나기 먼 봉오리라면 ‘망울’이 맺혔다고 가리켜요. 이 망울이 곧 터질듯 말듯 보이면 ‘몽우리’라 가리키곤 해요. 몽우리가 벌어지며 확 피어나면, 이때에는 ‘꽃송이’라 가리킵니다. “한창 여물다”와 “아직 여리다”는 같은 모습을 가리킬 수 있어요. 다만, 두 가지 말씨는 느낌이 다를 뿐입니다. ‘꽃봉오리’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을 가리키기에, 꽃송이 되려고 애쓰는 조그마한 몽우리나 망울을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어요. 한편, 곧 피어날 꽃을 가리키는 자리에도 쓰는 ‘꽃봉오리’이니, 이때에는 몽우리와 망울과는 달리 거의 다 여물거나 이제 다 자랐다고 느낄 수 있어요. 세 낱말은 모두 똑같은 자리에 쓸 수도 있는 한편, 느낌에 따라 다 다른 자리에 쓸 수 있습니다.

 

찬찬히
  ‘찬찬히’는 ‘찬찬하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두 가지 뜻으로 써요. 첫째는, 마음씨나 몸가짐이나 솜씨가 꼼꼼하면서 따뜻하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가리킬 때에는 ‘천천히’하고 뜻이 비슷해요. ‘찬찬히’는 여린 말이고 ‘천천히’는 센 말입니다. 서두르지 않는데 좀 많이 느리게 보인다면 ‘천천히’라는 낱말을 쓰면 잘 어울립니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할 적에는 ‘천천히’가 어울리고, 그냥 서두르지 말자 할 때에는 ‘찬찬히’가 어울립니다.

 

여물다
  곡식이나 열매가 잘 익을 때에 ‘여물다’라고 해요. ‘영글다’는 ‘여물다’하고 뜻이 같다고 해요. 곡식이나 열매가 넉넉히 익을 때에는 ‘무르익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낱말들은 사람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써요. 철이 잘 들거나 제 솜씨가 한창 돋보일 때에 이런 낱말을 써서 가리킵니다.

 

여리다
  요사이에는 한자말 ‘약하다’를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한국말 ‘여리다’가 제자리를 거의 못 찾아요. ‘세다’와 맞서는 낱말이 ‘여리다’예요. ‘부드럽다’와 비슷하지만, ‘여리다’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없는 느낌을 가리켜요. 한편, 마음이나 다짐이 단단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킬 적에도 이 낱말을 써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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