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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보면서 자는 마음

 


  날이 더워 아이들 재우며 한참 부채질을 합니다. 부채질을 하다가 팔이 아프면 좀 쉬었다가 아이들 이마와 목과 팔을 만집니다. 땀이 돋는다 싶으면 다시 부채질을 합니다. 땀이 마를 때까지 부채질을 하고는 또 쉽니다. 이렇게 부채질을 하다가 더는 땀이 안 돋는다 싶으면 슬그머니 대청마루로 나옵니다. 두 아이가 방에서 잘 자도록 하고, 나는 대청마루에 드러눕습니다.


  방에서 누울 적에도 밤노래는 잘 들리는데, 대청마루에 누우면 밤노래는 훨씬 잘 들립니다. 마당으로 내려서면 더욱 잘 들리겠지요.


  아이들 새근새근 자고, 나도 시원한 대청마루에 눕고, 이런 밤은 참 한갓지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귀를 거스르는 소리 하나 없이, 우리 집 풀밭에 깃든 수많은 풀벌레가 저마다 예쁜 노래 베푸니, 이런 밤을 누릴 수 있는 하루란 얼마나 즐거운가 하고 돌아봅니다.


  가만히 밤노래를 듣다가 문득 눈을 뜹니다. 제법 밝다 싶더니 보름달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마루에 누워 밤하늘 올려다보니 바로 옆으로 보름달이 보입니다. 그런데, 보름달빛이 내 얼굴로 드리우지만 ‘밝아서 잠을 못 자겠다’는 느낌이 아닙니다. ‘달빛이 보드라우니 잠이 더 잘 들겠다’는 느낌입니다.


  먼 옛날 사람들은 달빛과 별빛을 누리며 밤잠이 들었을까요. 등으로는 흙과 풀을 느끼고, 눈과 배로는 달과 별을 느끼면서 잠들었을까요.


  한여름 보름달은 깁니다. 오래도록 하늘에 걸리며 마루까지 스며듭니다. 형광등이나 가로등이나 자동차 앞등이 켜졌다면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플 테지만, 달빛과 별빛이 고이 어우러져 드리우는 시골마을 밤은 고즈넉합니다. 4346.8.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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