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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골목에서 찍는 사진



  사진이론이나 사진기술을 말하는 사람들은 으레 ‘빛이 좋을 때’를 이야기한다. 아침과 저녁에 짤막하게 한 차례씩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때에 참말 빛이 좋을까? 한낮은 빛이 좋을 때가 될 수 없을까? 사진을 찍으면서 늘 생각한다. ‘빛이 좋을 때는 있는가?’ 하고.


  인천에서 살던 지난날, 골목마실을 하면서 사진을 찍을 적에 으레 한낮에 찍었다. 아침 낮 저녁 밤 새벽을 가리지 않았다. 찍고 싶을 적에 찍었다. 마음이 움직이면서 어떤 이야기가 샘솟는다고 느낄 때에 찍었다.


  빛이 밝을 때, 빛이 어두울 때, 빛이 부드러울 때, 빛이 눈부실 때 …… 날씨와 철에 따라서 빛이 늘 달라진다. 스스로 어떤 빛을 맞아들여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 하느냐에 따라 다른 빛을 쓴다.


  어릴 적에 한참 뛰놀던 신흥동과 율목동 갈림길 한쪽에 국수집이 있다. 국수를 말아서 파는 집은 아니고, 국수를 뽑아서 말린 뒤 알맞게 썰어서 파는 집이다. 이 집은 큰길 바로 안쪽 골목에 있는데, 언제나 햇볕과 바람에 국수를 말린다. 새벽과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에 이 골목을 거닐며 생각하니, 한낮에 빛이 가장 눈부실 때에, 국수도 샛노랗게 빛나면서, 골목에 포근한 기운을 드리운다고 느꼈다.


  나로서는 눈부신 한낮 햇빛이 ‘좋아’서, 이 빛을 담고 싶었다. 다른 이들은 다른 이들대로 다른 빛을 ‘좋아’하면서 그 빛을 담으면 되겠지. 사진을 가장 잘 찍을 만한 때란 따로 없다고 본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샘솟을 때에 누구나 즐겁게 사진을 찍는다고 느낀다. 4347.7.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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