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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04) 하나, 하나로, 한나라


죄없는 나를 왜 찌르는가 / 나를 꼭 찔러야 / 통일이 되는 줄 아느냐고 외치고

《서홍관-어여쁜 꽃씨 하나》(창작과비평사,1989) 117쪽



  한자말 ‘통일(統一)’을 이 나라에서 쓴 지 얼마나 되었을까 헤아려 봅니다. 한자로 지은 낱말이니 여느 시골사람은 이런 말을 쓸 일이 없었을 테지요. 나라나 겨레가 여럿으로 쪼개진 자리에서 이러한 낱말을 쓸 테니, 한국에서 이 낱말을 널리 쓴 때라면 아무래도 해방 언저리부터이지 싶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통일’을 찾아보면 “1. 나누어진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계 아래로 모이게 함 2. 여러 요소를 서로 같거나 일치되게 맞춤 3. 여러 가지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한곳으로 모음”으로 풀이합니다. 찬찬히 간추리자면 “하나로 모이게 함”이나 “하나가 되게 맞춤”이나 “한곳으로 모음”을 ‘통일’이라는 한자말을 빌어서 나타내는 셈입니다.


 하나되기

 하나로

 한나라


  1980년대에 ‘통일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던 이들은 곧잘 ‘하나되기’를 말했습니다. 한자말 ‘통일’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한국말로 쉽게 적으려던 낱말인 ‘하나되기’입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정치나 사회나 문화가 조금 숨통을 트었다고 할 만합니다. 군사독재 정치나 사회나 문화가 조금 걷혔기 때문입니다. 이즈음 온갖 영어가 밀물처럼 밀려들기도 했지만, 한국말을 새롭게 엮어서 즐겁게 쓰려고 하는 물결도 살몃살몃 치기도 했습니다. 이러면서 ‘하나로’라는 낱말이 곳곳에서 불거졌어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여러 곳에서 ‘하나로’를 말했고, 회사이름이나 가게이름이나 물건이름으로 이 이름이 널리 쓰였습니다.


  1970년대에 《뿌리깊은 나무》라는 잡지를 펴낸 한창기 님은 ‘韓國’이라는 이름은 뿌리가 없다면서, 이 나라와 이 겨레에 참답고 슬기로운 뿌리를 밝히는 이름을 새롭게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면서 빚은 새 이름이 ‘한나라’입니다. 우리 겨레를 일컬어 ‘한겨레’라고 하듯이, 우리 나라를 일컬어 ‘한나라’라고 할 때에 올바르다고 했어요. 이 이름은 2000년대로 넘어선 뒤 어느 정당에서 제 이름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통일이 되는 줄 아느냐

→ 하나가 되는 줄 아느냐

→ 하나로 되는 줄 아느냐

→ 한나라가 되는 줄 아느냐


  한자말 ‘통일’을 쓰는 일이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 낱말을 안 써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한테 가장 알맞거나 사랑스러운 낱말을 제대로 지어서 쓰는지 안 쓰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한몸 . 한마음 . 한넋 . 한생각

 한나라 . 한누리 . 한별

 한삶 . 한노래 . 한사랑


  ‘하나되기(하나가 되다)’를 생각할 수 있다면, 차츰 가지를 뻗어 “한몸이 되다”와 “한마음이 되다”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 낱말로 추려서 ‘한몸되기’와 ‘한마음되기’도 생각할 수 있어요. ‘한넋’과 ‘한생각’이라는 낱말에다가 ‘한넋되기’와 ‘한생각되기’를 함께 생각해 볼 만합니다.


  정치 얼거리로 따지면 ‘한나라’이고, 지구 얼거리로 따지면 ‘한별’이며, 온누리(우주)로 따지면 ‘한누리’입니다.


  하나로 어우러진 삶이기에 ‘한삶’이 되면서, 한삶에서는 ‘한노래’를 부르고, ‘한사랑’을 나눕니다. 하나로 어우러진 삶으로 나아가면서 쓰는 말과 글이라면 ‘한말’과 ‘한글’이에요.


  때와 곳을 가만히 살피면 “통일이 되는 줄”은 “하나가 되는 줄”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통일’과 ‘하나’가 서로 똑같이 쓰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말 저 말 붙이지 않아도 ‘하나’라는 낱말 하나로 모든 이야기를 나눌 만해요.


 하나 . 하나님 . 한 . 한님 . 한동무

 온하나 . 온님 . 온벗 . 온사람


  해를 해님이라 하고 별을 별님이라 하듯이, ‘하나’를 ‘하나님’으로 적을 수 있고, ‘한 + 님’이라는 얼개로 ‘한님’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서로 하나가 되었으면, 서로서로 ‘한님’이라 부를 수 있고, ‘한동무’로 삼을 수 있습니다. 크게 하나가 되거나 모두 하나가 되었으면 ‘온하나’인 셈이며, 온하나가 된 사람은 서로 ‘온님’이나 ‘온벗’이나 ‘온사람’이라 할 만합니다. 4348.4.1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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