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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두더지의 고민


“우리 이제 뭐하고 놀까?” 두더지와 친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어

《김상근-두더지의 고민》(사계절,2015) 36쪽


고민(苦悶) :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



  어린이와 함께 보는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 집 아이는 책에 적힌 말을 그대로 읽다가 묻습니다. “아버지, ‘고민’이 뭐야?” 이 그림책을 빚은 어른은 ‘고민’이라는 한자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읽을 어린이는 이 한자말을 모르기 마련입니다. 둘레에서 어른들이 이런 낱말을 흔히 쓰더라도 느낌으로 어렴풋하게 헤아릴 뿐,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한국말로는 ‘걱정’이거나 ‘근심’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릴 적부터 ‘걱정’이나 ‘근심’이라는 한국말은 거의 들은 적 없이 ‘고민’이라는 한자말만 들었다면, 아이는 거꾸로 한국말은 모르는 채 한자말로 제 생각이나 마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바이바이’ 같은 인사말을 떠올릴 수 있어요. 오늘날 어른들은 누구나 흔히 ‘바이바이’ 같은 인사말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바이바이’는 영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 입에 굳었습니다. 그러면, ‘바이바이’는 한국말일까요? ‘들온말(외래어)’로 삼을 한국말일까요? ‘땡큐’는 한국말일까요, 영어일까요?


  곰곰이 따지면, 한국말과 영어를 굳이 가르거나 나누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이니 마땅히 한국말을 쓸 일이지만, 한국사람이어도 영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몇 가지 영어를 섞어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근심하는 두더지 . 걱정 많은 두더지

 근심쟁이 두더지 . 걱정꾸러기 두더지


  책이름 ‘두더지의 고민’을 살펴봅니다. 이 책이름은 그대로 쓸 만한지 가만히 살펴봅니다. 요즈음은 이런 말마디가 널리 퍼졌습니다. ‘무엇의 무엇’이라는 꼴이고, 이 말꼴은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사람이 일본말로 ‘무엇の 무엇’이라고 아주 흔히 말하지요.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 말투는 무엇일까요? 한자말 ‘고민’을 한국말 ‘근심’이나 ‘걱정’으로 바로잡는다고 하더라도, “두더지의 근심”이나 “두더지의 걱정”으로 적으면, 아직 ‘한국말이 아닙’니다. 말투가 한국말이 되자면, 더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 말투대로 적자면, “근심하는 두더지”나 “걱정하는 두더지”입니다. 또는 “근심 많은 두더지”나 “걱정 많은 두더지”예요. 그리고, 근심이나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을 두고 ‘-쟁이’나 ‘-꾸러기’를 붙여서 “근심쟁이 두더지”나 “걱정꾸러기 두더지”처럼 쓰기도 합니다.


  한국사람이 영어를 쓰든 일본 말투를 쓰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말투를 쓰든 대수롭지 않으나, 제 말투를 잃으면 생각날개를 잃기 마련입니다. 제 말투를 잊으면서 생각날개도 잊어요. 이러면서 마음껏 생각을 키우거나 북돋우는 말투하고 멀어지지요. ‘무엇의 무엇’ 같은 말투를 쓰면서,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르게 생각을 가꾸어 펼치던 말마디가 사라지거나 없어집니다.


 두더지와 친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어

→ 두더지와 동무들은 이제 즐겁습니다

→ 두더지와 동무들은 이제 기쁘게 놀아요

→ 두더지와 동무들은 다 함께 신나게 놀아요

 …


  한자말 ‘행복(幸福)’은 한국말로 ‘기쁨’이나 ‘즐거움’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행복한 고민”이란 “기쁜 근심”이나 “즐거운 걱정”인 셈입니다. 이와 같이 말할 수도 있을 테니, “기쁜 근심에 빠졌어”나 “즐거운 걱정에 빠졌어”로 글을 써도 됩니다. 다만, 더 생각해 보면, 걱정이나 근심은 기쁨이나 즐거움하고 동떨어집니다. 그래서, “이제 즐겁습니다”라든지 “기쁘게 놀아요”라든지 “신나게 놀아요”처럼 고쳐쓸 수 있습니다. 근심쟁이 두더지이거나 걱정꾸러기 두더지는 이제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는 한껏 즐겁고 기쁘게 논다고 말할 만합니다. 4348.5.6.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책이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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