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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은 어떤 날인가?



  이레쯤 앞서부터였나 열흘쯤 앞서부터였나, 뒷머리가 몹시 쑤시면서 뭔가 찌뿌둥했다. 이러면서 11월 6일이라는 날을 놓고 자꾸 골이 아팠다. 11월 6일이 뭔 날이기에 이러나 하고 그야말로 꽤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이러다가 어제, 그러니까 11월 5일에 비로소 실마리를 풀었다. 아하, 11월 6일은 내가 군대에 끌려간 날이었네.


  나는 1995년 11월 6일에 군대에 끌려갔다. 다만, ‘끌려갔다’고 말은 했으나, 나 스스로 1994년 겨울에 신체검사를 받으면서 ‘당장 입대’에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한 해 만에 겨우 입대가 된 셈이다.


  그러면 나는 왜 1994년 겨울에 신체검사를 받으며 ‘당장 입대’에 동그라미를 그렸는가? 1994년에 대학교라는 곳에 처음으로 들어갔는데, 막상 대학교에 들어가 보니, 교수들은 학문을 안 하고 선배들은 술만 마시고 도무지 대학교에서 학문도 공부도 학생운동조차도 제대로 굴러가는 꼴이 하나도 없어서 이 멍청한 짓을 그만두고 싶어서 군대부터 가려고 했다.


  11월 6일은 나한테 길고도 짧다. 그동안 잊고 살았으나 막상 11월 6일이 되니 그날 일이 여러모로 그림처럼 떠오른다. 사람이 더는 사람으로 살지 못하고 전쟁무기 총알받이 훈련을 받는 소모품으로 끌려가던 첫날, 사람다움을 버리고 기계스러움과 바보스러움으로 온몸을 뒤바뀌어야 하던 첫날, 이날이 나한테 11월 6일이었다.


  훈련소에 들어간 내가 들은 첫 말은 무엇이었을까? “벗어. 깔아. 입어. 죽어.” 이 네 마디였다. ‘사회에서 입던 옷’ 벗어. ‘사회에서 입던 옷 벗었으면’ 깔아. ‘군복’ 입어. ‘이제 너희들은 그냥’ 죽어.


  평화와 평등과 민주와 통일을 정책으로 지어서 외치지 않는 대통령이나 정치꾼이나 이런저런 지식인이나 기자라고 하는 이들은 ‘육군 소총수 총알받이 훈련’을 받아 보아야 한다. 그렇다. 나한테 그런 날이 11월 6일이다. 4348.1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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