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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딸기 익는 바닷가 숲으로 가는 오월

[시골노래] 들딸기, 국수나무, 찔레꽃, 바다



하루하루 따스한 기운이 퍼지면서 어느새 좀 덥다 싶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물어요. “여름이야? 왜 이렇게 더워?” 달력 숫자로는 여름이 아니라고 할 만하지만, 아침이 밝은 뒤부터 낮을 지나는 동안 여름이라고 느낄 만한 볕입니다. 다만 한여름에 대면 아직 그리 무덥지는 않습니다.


아침 아홉 시만 되어도 볕이 따갑구나 싶고, 아침 열 시 즈음이면 밭에 앉아서 풀을 만질 적에 살그마니 숨이 막히는구나 싶습니다. 마을이 아닌 숲에서 우리 식구만 산다면, 낮에는 옷을 몽땅 벗고서 밭에서 풀이랑 흙을 조물락거리고 싶기도 합니다.


이제 아이들하고 거의 날마다 물가나 그늘을 찾아서 놀도록 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좀 멀리 자전거를 달려 보기로 합니다. 틀림없이 곳곳에 들딸기나 멧딸기가 익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집 밭 귀퉁이에서도 들딸기가 빨갛게 익거든요.


올들어 첫 ‘딸기마실’을 가기로 합니다.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가자면 살짝 벅찰 듯해서 작은아이는 집에 두고 큰아이하고만 자전거를 달립니다. “보라야, 다음에 함께 갈 테니까, 오늘은 집에서 낮잠을 자 두렴.”


마을을 벗어나서 면소재지를 가로지릅니다. 얕지만 땀이 흐르는 언덕배기를 하나 넘고서 구암마을 쪽으로 꺾는 제법 높은 고갯길을 달립니다. 숨이 턱에 닿지만 큰아이가 샛자전거를 힘차게 밟아 주니 두 사람 힘으로 씩씩하게 오릅니다.


어느 만큼 오르는데 찔레꽃 냄새하고는 좀 다른 달콤한 냄새가 온몸을 휩쌉니다. 뭘까? 뭐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살피니, 노랗고 조그마한 꽃잔치가 곳곳에 벌어집니다. 자전거를 오르막에서 세우며 다가섭니다. 아, 국수나무로구나! 국수꽃이 피었네! 국수꽃을 둘러싸고 벌이 엄청나게 모였어요.


고갯마루를 넘으면서 찔레나무 곁에서 들딸기를 만납니다. 자전거를 길에 눕히고 큰아이하고 들딸기를 훑습니다. 나는 물크러진 것만 먹고, 큰아이 입에는 소담스러운 것을 넣습니다. 미리 챙긴 유리그릇에 들딸기를 한 줌씩 훑어서 담습니다.


이렇게 더디더디 고갯마루를 넘다가,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지나고, 바다를 바라보는 계단논 옆도 지난 뒤에, 사람 발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샛길로 접어듭니다. 자동차도 경운기도 사람도 거의 안 지나다니는 오솔길 같은 길가에는 크고작은 들딸기가 몽글몽글 빨갛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이레쯤 더 있어야 훨씬 굵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 우리가 한 번 훑어 주면 이 딸기넝쿨도 더욱 굵은 알을 맺어 주리라 느껴요.


들딸기 한 줌을 훑고 찔레꽃 냄새를 큼큼 맡습니다. 예쁘장한 딸기알에 앉은 노린재를 한동안 지켜보면서 “너희도 이 단맛을 아는구나!” 하고 인사합니다. 벼랑길에 더 잘 맺히고 빨간 열매를 훑으려고 하다가 미끄러져서 다리가 긁히기도 합니다.


바닷가 소나무 곁에 자전거를 눕히고 나서 나도 나무 그늘에 눕습니다. 이동안 큰아이는 도시락에 들딸기를 배불리 먹습니다. 큰아이가 비운 만큼 다시 들딸기를 채우고는 집으로 천천히 돌아가기로 합니다. 바다를 끼고 가볍게 한 바퀴를 달립니다. 싱그러운 오월 바닷바람이 반갑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두 사람한테 저녁밥으로 이 빨갛고 달콤한 열매를 어서 건네주고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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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미리내

    들딸기라고 하시는군요. 저는 산딸기라고 합니다.ㅎㅎ
    그 아래 검정고무신이 아닌 흰고무신이 참 인상적입니다.
    너무도 멋있고 맛있는 사진과 풍경입니다._()_

    2016.05.21 13:1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숲노래

      들에서 얻으면 들딸기라 하고
      숲에서 얻으면 숲딸기라 하고
      멧골에서 얻으면 멧딸기라 하고...
      그렇게 이름을 붙여요.

      아무튼, 바야흐로 들에서 얻는 것들이
      모두 싱그러운 오뉴월이에요 ^^

      2016.05.22 06:30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