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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수 빚은 뜨개이불

[시골노래]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살림



곁님이 뜨개이불을 마무리짓습니다. 조금 더 크게 떠서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지만, 더 크게 하면 너무 무거워진다고 합니다. 한 땀씩 천천히 떠서 빚은 뜨개이불을 마무리짓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손수 짓는 살림을 생각하면서 옷이나 이불을 우리 손으로 이루어 보자는 뜻을 품습니다. 손수 짓는 살림은 한꺼번에 이루지 못합니다. 언제나 천천히 하나씩 이룹니다. 더욱이 손으로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해서 얻는 옷 한 벌이나 이불 한 채란, 퍽 긴 나날을 들이고 오랜 품을 바쳐야 해요.


한 달 동안 뜨개를 해서 이불 한 채를 얻는다면, 이 이불은 얼마쯤 되는 값을 붙일 만할까요?


나는 예전에 이 대목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를테면 돗자리나 양탄자가 있어요. 돗자리나 양탄자 하나를 이루자면 그야말로 긴 나날과 오랜 품이 들지요. 우리가 오직 돈으로 돗자리나 양탄자를 장만한다고 하면 얼마쯤 되는 값을 치러야 ‘돗자리 지은 사람’이나 ‘양탄자 지은 사람’이 바친 땀에 걸맞다고 할 만할는지요.


하루 내내 뜨개를 해서 한 달을 바치는 뜨개이불 하나를 얻는 일은 고지식할까요? 아니면, 어리석을까요? 또는, 바보스러울까요? 그런데 면실로 한 땀 두 땀 석 땀 넉 땀 찬찬히 들여서 짓는 이 뜨개이불은 ‘우리 살림’이 됩니다. 두고두고 누리면서 즐거울 살림이 됩니다. 앞으로 이 뜨개이불은 아이들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너무 낡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너무 낡더라도, 군데군데 낡은 곳만 잘라내어 새로 뜨개를 해서 이을 수 있습니다.


곁님이 뜨개이불을 밤새 마무리지은 뒤 아침에 아이들을 부릅니다. 아이들은 뜨개이불을 뒤집어쓰면서 신납니다. 뜨개질을 마쳤으니 물에 담가서 빨래를 합니다. 뜨끈뜨끈 좋은 여름볕에 말립니다. 마당에 뜨개이불을 말리려고 펼쳤더니 어느새 두 아이는 이불빨래 밑에 슬금슬금 들어갑니다.


“집이야! 여기 우리 집이야!” 두 아이는 이불빨래가 마르는 빨랫대 안쪽을 조그마한 놀이집으로 삼아서 그늘도 누리고 놀이도 누립니다.


뜨개이불 한 채 손수 짓기를 마친 곁님은 이제 새로운 뜨개로 나아갑니다. 잘했다고 북돋우면서 꼬옥 안아 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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