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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기다려 옥수수 먹기

[시골노래] 아이들이 심은 씨앗이 새 열매로



올봄 아이들하고 옥수수를 신나게 심었습니다. 나는 괭이 한 자루하고 호미 한 자루로 밭을 갈며 돌을 골랐고, 밭을 다 간 자리에는 아이들 손을 빌어 씨앗을 한 톨씩 넣었어요. 씨앗을 두 톨이나 석 톨을 넣고 나중에 솎아내기를 하라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는 한 자리에 한 톨씩 심었어요.


밭을 일구기 앞서 씨앗을 불렸지요. 지난해에 건사한 ‘씨옥수수’에서 ‘씨알’을 훑어서 물을 머금도록 했어요.


아버지가 밭을 일구면 아이들은 아버지 둘레에서 흙놀이랑 풀놀이를 합니다. 밭 귀퉁이에서 돋는 흰민들레를 들여다보면서 아이 곱네 하다가는, 민들레씨가 동글동글 맺히면 꽃대를 톡 꺾어서 후후 날려요.


아이들이 내 곁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괭이질이나 호미질에 힘을 냅니다. 뒤꼍에도 심고, 마당에도 심으며, 때때로 씨옥수수를 입에 머금기도 했어요. 씨앗을 물에 불려서 심어도 잘 된다고 하지만, 밭을 갈아서 두둑을 이루면서 이동안 입안에 씨앗을 머금어 ‘내 침’으로 씨앗을 불린다고 할까요.


씨앗을 입에 머금어 침으로 불릴 적에는 내 침에 깃든 기운(유전자)이 씨앗으로 스민다고 해요. 이렇게 하면 나중에 열매를 맺을 적에 우리 몸에 한결 좋으면서 싱그럽게 된다고 합니다. 씨앗은 입에 머금을 적에는 팔 분 남짓 머금습니다.


아이들하고 심은 씨앗은 천천히 싹을 틔웁니다. 천천히 줄기를 올립니다. 그야말로 천천히 자라는데, 마치 아이들하고 같은 모습이로구나 싶어요. 아이들도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되 열 몇 해에 걸쳐서 천천히 자라니까요. 옥수수로서는 석 달에 걸쳐서 천천히 자라요.


잘 자라는 옥수수한테는 나비하고 잠자리도 찾아듭니다. 때때로 작은 새가 옥수수잎에 앉으려 하다가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참새나 박새가 옥수수잎에 앉으려다가 미끄러지면서 부리나케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요.


바야흐로 석 달을 기다린 옥수수를 따는 날 아침, 아이들을 부릅니다. “자, 우리 이쁜 아이들아! 너희가 먹을 옥수수를 너희가 따렴.”


요렇게 돌려야 하나 조렇게 비틀어야 하나 아이들 나름대로 머리를 짜냅니다. 이래저래 흔들다가 그만 옥수수 꽃대를 꺾기도 합니다. 괜찮아. 옆에 있는 다른 꽃대가 있으니 그 꽃대에서 다른 어린 열매가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어.


앙증맞으면서 알찬 옥수수 넉 자루는 씨옥수수로 삼으려고 따로 갈무리를 해서 처마 밑에 매답니다. 흰알하고 까만알이 섞인 옥수수를 한동안 바라봅니다. 갓 딸 적에는 부울그스름한 빛깔이 감도는데, 이대로 한참 두면 까맣게 물들어요. 어쩜 빛깔이 이리 고울까.


석 달을 기다린 옥수수를 찜기에 넣습니다. 감자도 함께 넣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한 시간을 더 기다리면 돼. 석 달을 기다렸으니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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