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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도서]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장석주 저/이영규 사진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책읽기 삶읽기 271



시골이 베푸는 놀라운 선물을 누리기

―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장석주 글

 문학세계사 펴냄, 2016.7.27. 12000원



  글을 쓰는 장석주 님은 오랫동안 도시에서 책을 만지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책을 만지면서 책을 다루는 글을 쓸 적에는 언제나 ‘책하고 글’만 마음에 담았다고 해요. 그런데 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긴 뒤에는 ‘책하고 글’하고는 살짝 떨어지면서 새로운 여러 가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문학세계사,2016)는 바로 시골살이가 장석주 님한테 선물처럼 베푼 놀랍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갈무리한 수필책입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세상에 새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 깨닫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뭇새들이 집 안팎으로 날아든다. 동고비, 곤줄박이,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박새, 노랑텃멧새, 되새, 노랑할미새, 방울새, 꾀꼬리, 뻐꾹새, 쑥국새, 딱따구리, 멧비둘기, 쇠찌르레기, 물까치 …… (43쪽)



  장석주 님은 아침저녁으로 으레 찾아오는 수많은 새를 이야기합니다. 이제 시골사람 ‘가까이’ 되었다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도시에서 살며 글을 썼다면 숱한 멧새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들추면서 글을 쓰셨겠지요. 이를테면 자동차 이름이랃느지 아파트 이름이라든지 상표 이름이라든지 말이에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를 읽다 보면 멧새 이름뿐 아니라 나무 이름을 줄줄이 읊는 대목도 나옵니다. 참말로 늘 보고 늘 마주하며 늘 생각하고 늘 쓰다듬는 이웃이기 때문에 나무 이름을 줄줄이 읊을 수 있습니다. 새도 나무도, 또 풀도 풀벌레도 모두 시골사람 이웃이에요.



게으름을 피우는 것, 빗소리 들으며 낮잠을 자는 것, 그리고 바둑이나 포커 따위의 잡기를 좋아한다. 순두부, 두부 튀김, 청국장, 무국, 호박젓국, 떡국, 팥죽, 적포도주를 좋아한다. 찬이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밥상을 좋아한다. (167쪽)


둘러보면, 주위에 천재들이 즐비하다. 여기도 천재, 저기도 천재! 새들은 음계와 발성법을 배우지 않고도 노래를 한다. 벌이나 거미는 건축학을 전공하지도 않고 설계 도면 한 장 그리지 않고도 제가 살 집을 완벽하게 짓는다. (199쪽)



  시골에서 일하는 분들은 새벽바람으로 일어나서 하루를 엽니다. 새벽 네 시쯤 되어도 늦게 일어나는 셈입니다. 새벽 세 시 무렵이면 마을이 복닥거리지요. 이와 달리 저녁 여덟 시면 벌써 늦어서 마을이 고요합니다. 그리고 한낮에는 다들 낮잠을 늘어지게 누려요.


  장석주 님도 이야기를 합니다만, 시골일을 하다가 “빗소리 들으며 낮잠을 자는” 삶이란 무척 느긋하거나 한갓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씨를 뿌리고 돌보고 거두는 얼거리에서 한창 바쁠 적에는 부지깽이도 일손을 거든다지만, 쉬엄쉬엄 나아갈 적에는 느긋하거나 한갓지지요.


  이와 달리 도시에서는 철이나 날이나 때에 따라서 달라지는 일이 매우 적어요. 도시에서는 ‘일을 하다가 살짝 쉬면’서 빗소리를 들을 겨를을 내기란 어렵습니다.



세계 평화를 지키는 것은 새벽에 깨어나 마당을 쓰는 늙은 어머니들이다. 반면에 밀실에서 군인들을 증강시키고 군수물자와 무기들을 늘려 비축하는 회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들은 그 구실로 평화를 내세우지만, 그 증강의 본질은 더도 덜도 아닌 ‘전쟁’이다. (217쪽)



  장석주 님은 이녁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나는 천재가 아니네’ 하고 깨달았다고 해요. 빼어나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새나 풀벌레야말로 천재이고, 벌과 거미야말로 천재라고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따지면 사마귀와 개미도 천재이지요. 제비도 박새도 천재예요. 지렁이도 지네도 천재이고요. 숱한 나무하고 풀하고 꽃도 천재라고 할 만합니다. 어찌 본다면 사람만 천재가 아닌가 싶곤 한데, 사람도 사람 나름대로 천재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람은 ‘사람을 둘러싼 모든 숨결’을 따사로운 눈길로 바라보며 따사로운 손길로 어루만지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사람은 빼어난 재주나 훌륭한 솜씨보다는 ‘따뜻한 사랑’을 마음에 품으며 이웃하고 나눌 수 있는 대목에서 천재이지 싶어요.



내가 그 전보다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면 그것은 오로지 숲이 내 마음에 일으킨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8∼209쪽)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는 이들이 시골로 삶자리를 옮겨서 흙을 만지고 나무를 쓰다듬을 수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여느 공무원하고 회사원도 시골에 삶터를 둔 채 도시로 출퇴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집은 시골’에 두고 ‘일터는 도시’에 둘 만해요.


  이리하여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이들도 도시 한복판에 모여서 툭탁거리지 말고, 저마다 시골 보금자리를 두어 아침저녁으로 텃밭을 돌보고 나무를 어루만지는 살림을 가꾸면서 나랏일을 본다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책을 펼 만하지 않을까 하고도 생각합니다. 시골이 베푸는 놀라운 선물을 누구나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2016.9.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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