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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을바다는 통째로 우리 놀이터

[시골노래] 큰 물결을 온몸으로 받으며



가을바다는 이제 조용합니다. 여름이 끝나면서 관광객은 모두 떠났어요. 여름 휴가가 휩쓸고 간 자국도 어느새 사라졌으니 더없이 조용합니다.


이런 가을바다를 보려고 자전거를 달립니다. 아이들은 긴긴 여름 가운데 가장 더운 한복판에는 바다마실을 하지 못한다며 서운하게 여겼어요. 그렇지만 어쩌는 수 없어요.


여름 휴가철에는 시골 바닷가에는 평상을 놓으며 자리값을 받아요. 너무 시끄러워요. 더욱이 쓰레기까지 넘쳐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자리가 없어요. 도시에서 시골 바닷가로 찾아온 관광객은 유행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놓아요.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여름 휴가철에 바다에서 더위를 식히지 못해요. 그래도 우리한테는 남들이 모르는 고즈넉한 골짜기가 있어요. 마을 어귀 빨래터가 있지요. 우리 집 마당도 있고, 뒷산에서 흘러서 내려오는 차디찬 냇물까지 있습니다.


한가을에 바다마실을 하는 아이들은 몹시 들뜹니다. 어떤 장난감을 갖고 가서 놀까 하는 생각으로 웃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장난감 삽차하고 짐차도 싣고, 아이들이 가져가려는 장난감을 자전거수레에 싣습니다.


나는 진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달립니다. 두 아이를 이끄는 자전거이니 퍽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러나 진땀을 흘리면서도 즐거워요. 이 자전거마실에 즐거움이 없다면, 그저 힘들기만 하다면 자전거를 못 달리리라 생각해요.


면소재지 빵집에 들러 빵을 몇 조각 장만해서 바닷가에 닿으니, 아이들은 벌써 바다를 보며 와 소리를 지르며 달려갑니다. 나는 손발을 씻고 낯을 씻은 뒤 자전거를 대 놓습니다. 등허리를 톡톡 두들기며 걸상에 앉아서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물결이 꽤 높네. 아이들은 저희 키보다 높게 치는 물결인데에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참 씩씩하구나. 다리를 쉬고 땀을 식히면서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모래밭을 걸어서 아이들한테 갑니다.


물결이 치든 말든 바다로 뛰어드는 아이들은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립니다. 물결이 안 칠 적에는 모래밭이 훤히 드러나지만 물결이 한 번 쳤다 하면 아이들 어깨까지 바닷물이 튑니다.


오늘 물결 한번 대단하네. “오늘은 깊이 들어가지 말자. 요 앞에서만 놀자.” “응, 알았어.” 그러나 아이들은 슬금슬금 더 들어가려 하고, 모래밭에 엎드리거나 앉아서 물결을 온몸으로 맞으며 데굴데굴 구릅니다.


아이들을 보며 “재미있니?” 하고 물을 일도 없어요. 아이들 낯빛에 웃음에 목소리에 몸짓에 매우 재미있다는 기운이 철철 넘칩니다.


“바람이 그리 불지 않는데 물결은 참 높구나.” 아이들하고 섞여 바닷물을 함께 맞습니다. 한참 바닷물하고 뒹군 뒤에는 모래놀이로 접어듭니다. 모래를 만지며 놀려는 마음이 얼마나 애틋했는지, 이 아이들은 머리카락도 옴팡지게 모래를 뒤집어쓰면서 놉니다.


마치 금빛으로 물들인 머리카락 같습니다. 아니, 아이들은 언제나 금빛으로 물든 노래와 웃음과 놀이로 삶을 짓는다고 할 만하지 싶어요. 금빛 아이들은 금빛 모래를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구나 싶어요.


큰아이는 모래를 뭉쳐서 공을 빚습니다. 작은아이는 누나를 따라하려 하지만 잘 안 된다면서 “누나는 공이고, 나는 만두야.” 하면서 웃습니다. 얘야, 너도 곧 누나처럼 만두에서 공으로 넘어갈 수 있단다.


빗방울이 들어도 바다놀이를 그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실컷 놀도록 둔 다음 부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를 쫄딱 맞지 말고, 다음에 다시 바다마실을 오자고 달랩니다. 비를 맞으며 바다놀이를 더 즐긴 뒤, 우리 셋은 가을비를 시원하게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달리니 오히려 시원한 하루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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