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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 마련한 작은 쉼터

[시골 살림 도감] 평상



  시골집하고 ‘도시집’은 생김새는 같을 수 있어도 속내가 달라요. 시골집은 시골에 있으니 시골집이요, 도시집은 도시에 있으니 도시집이에요. 시골에서는 집을 두어 층이나 여러 층으로 높이는 일이 드물어요. 도시에서는 으레 여러 층으로 집을 올려요. 시골에서는 여러 층으로 집을 올리기보다는 마당을 널찍하게 마련해요. 햇볕이 고루 들도록 하려고 집을 안 높이지요. 도시는 사람이 많고 땅이 좁아서 으레 여러 층으로 집을 올리려 해요. 도시에서도 볕이 잘 드는 자리를 좋아하지만, 시골처럼 모든 집이 볕을 고루 밭기는 어려워요.


  볕을 고루 받고 나누는 시골집에서는 집 바깥에서 하는 일이 많아요. 시골집 아이들도 집 바깥에서 하는 놀이가 많고요. 그러니 시골집에서는 집 바깥에서 일하다가 쉴 자리를 따로 두곤 해요. 흙을 만지며 일하다가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거나 풀밭에 느긋하게 드러눕기도 하는데요, 평상이 있으면 평상에 앉거나 누워요.


  도시에서도 골목마을에서는 평상을 곧잘 만날 만해요. 골목마을에 있는 골목가게는 으레 평상을 마련해서 가게 앞에 두고요. 그런데 도시랑 시골이 다르다면, 시골은 조용하면서 호젓한 기운을 듬뿍 누리면서 평상에 앉거나 누워서 쉽니다. 도시에서는 골목 한쪽에 평상이 있어도 이 둘레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나 사람이 많아서 마음껏 드러누워 쉬기는 어려워요.


  평상은 나무 그늘이 드리우는 곳에 둘 수 있습니다. 처마 밑에 둘 수 있어요. 볕이 잘 드는 마당 한쪽에 둘 수 있고요.


  저희는 평상을 처음에 마당 한쪽 후박나무 그늘이 드리우는 자리에 놓았어요. 겨울에는 볕이 잘 드는 자리로 옮겼고, 여름에는 다시 나무 그늘로 옮겼지요. 이렇게 평상을 두다 보니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면 평상 나무가 젖고 삭아요. 나무로 짠 평상이니 이럴밖에 없는데, 헌 장판으로 겉을 씌워 보니, 헌 장판은 햇볕에 삭아 빗물이 새고, 평상 나무에 혀버섯이 올라오더군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여겼어요. 혀버섯이 올라오는 평상을 뜯어서 처마 밑으로 옮겨 새로 짰어요. 평상을 새로 짜면서 옻을 발랐고요. 평상을 뜯고 못을 새로 치고 널을 새로 켜서 까는 일은 거의 제가 했지만, 두 아이도 옆에서 즐겁게 거들었어요. 못을 칠 적에는 아이들이 서로 망치를 쥐겠노라 하면서 콩콩 쳐 봅니다. 옻을 바를 적에는 먼저 제가 어떻게 붓을 놀리라고 보여준 뒤에 두 아이가 갈마들면서 슥슥 붓을 놀려요.


  옻까지 잘 바른 평상은 하루쯤 그대로 말립니다. 바람하고 해가 옻을 잘 말려 주어요. 옻을 바른 평상은 날이 흐르면 흐를수록 옻이 더 깊이 스며들고, 앉거나 누울 적에도 느낌이 더욱 포근해요. 여름에는 부엌을 거쳐 평상에 밥상을 내놓고 밥을 먹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평상에 천막을 치고 잘 수 있어요. 이불만 덮고 잘 수도 있습니다만, 이러면 모기가 밤새 잔치를 할는지 몰라요.


  가을에도 겨울에도 평상은 ‘넓어진 마루’ 노릇을 해요. 아이들은 볕을 따라 조금씩 자리를 옮기며 소꿉놀이를 하는 자리로 삼아요. 평상에 앉아 책도 읽고 그림도 그려요. 조용한 시골집에서는 평상에 가만히 앉으면, 어느새 온갖 멧새가 하나둘 마당나무로 찾아들어 먹이를 찾으며 노래를 하다가 다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때로는 마을고양이가 평상 옆을 기웃거리면서 우리를 쳐다보다가 슬금슬금 지나갑니다. 겨울 밤에는 평상 밑이 마을고양이 잠자리가 되어요. 마당에서 쓰는 연장은 상자에 담아 평상 밑에 둘 수 있어요.


  손님이 찾아올 적에도 평상은 아주 좋아요.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놀도록 하고, 평상에 밥상이나 찻상을 놓으면 좋아요. 처마 밑에 마련한 작은 쉼터인 평상이에요. 시골집에 깃든 또 다른 보금자리인 평상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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