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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살려낸 우리말 : 풀벌레그림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을 ‘초충도’라고 합니다. 신사임당은 모든 그림을 다 잘 그렸지만 특히 초충도를 좋아하였습니다

《조용진-풀과 벌레를 즐겨 그린 화가 신사임당》(나무숲,2000) 17쪽



  얼굴을 그리면 어떤 그림이라고 하면 될까요? 숲을 그리면 어떤 그림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할까요? 꿈이나 생각을 그림에 담으면 어떤 이름이 걸맞을까요? 내 얼굴을 내가 스스로 그리면 어떤 이름이 알맞을까요?


  얼굴을 그리면 ‘얼굴그림’일 테지요. 숲을 그리면 ‘숲그림’일 테고요. 꿈을 그리면 ‘꿈그림’이요, 생각을 그리면 ‘생각그림’이에요. 내 얼굴을 스스로 그리면 ‘내얼굴그림’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그림을 놓고 ‘초상화·산수화·상상화·자화상’ 같은 한자로 지은 이름이 널리 쓰입니다. 그림이기에 ‘그림’이라 하면 넉넉할 텐데, 굳이 ‘畵’라는 한자를 뒷가지로 붙여요. 한국말사전도 ‘-그림’은 뒷가지로 안 다루고 ‘-畵’만 뒷가지로 다루어요.


  풀이랑 벌레를 그림으로 그리면 어떤 이름을 붙일 적에 잘 알아보거나 알아들을 만할까요? 바로 ‘풀벌레그림’일 테지요. ‘풀’이나 ‘벌레’를 굳이 한자로 바꾸어 ‘초충도(草蟲圖)’라고 하지 않아도 되어요. ‘초충(草蟲)’이란 ‘풀(草) + 벌레(蟲)’예요.


 풀벌레그림 . 얼굴그림 . 숲그림 . 꿈그림


  중국을 섬기면서 중국말로 생각을 나타냈다고 하는 조선 무렵에는 학자도 선비도 양반도 임금도 한자를 따서 ‘草蟲圖’ 같은 이름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삶과 살림을 헤아리면서 한국말로 알맞고 즐겁게 새로운 이름을 지을 수 있어요. 이제는 우리 스스로 나아가야지요.


  풀이랑 꽃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풀꽃그림’이거나 ‘풀그림·꽃그림’입니다. 먹을 쓰기에 ‘먹그림·먹빛그림’을 그려요. 물빛이 감도는 그림을 그리기에 ‘물빛그림’이에요. 스스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가 가만히 헤아리면서 새롭게 이름을 붙여 줍니다. 2017.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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